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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걸으며 노래 부르네.

산중산담 2014. 1. 29. 19:58

세상을 걸으며 노래 부르네.

 

세상은 어제도 오늘도 시끄럽고,

바람은 차고 눈이 내리다가 멎다가

다시 내리고

겨울 강가를 걸으며 노래 부르네.

내 노래는 하늘 높이 솟구치질 못하고

구름 너머로 날아가지 못하면서

강물 소리에 뒤섞여 마냥 흘러가다 스러지네.

산발한 갈대 잎 서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흐르고 흘러가는 저 강물에

내 마음도 실려서 가고 또 가서 바다에 닿겠지,

이런 시간 문득 떠오르는 시 한 편이 있지

“세월은 가고

세상은 더 헐벗으니

나는 노래를 불러야지.

새들이 아직 하늘을 날 때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늙어가니

나는 노래를 불러야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동안

 

무슨 터질 듯한 입장立場이 있겠느냐.

항상 빗나가는 구실

무슨 거창한 목표가 있겠느냐.

나는 그냥 노래를 부를 뿐

 

나그네 흐를 길은

이런 거지 저런 거지 같이 가는 길

어느 길목이나 나무들은 서서

바람의 길잡이가 되고 있는데,

나는 노래를 불러야지

사람들이 걸신乞神을 섬기는 동안

 

하늘의 눈동자도 보이고

땅의 눈동자도 보이니

나는 내 노래를 불러야지,

우리가 여기서 살고 있는 동안,“

정현종의 시 <가객歌客>이

강물소리에 떠밀려 가는 시간,

이 시간에도 세상은 더 없이 요란하고

어디를 가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의 세계가 펼쳐질까?

눈 들어 바라보면 우중충한 하늘,

그렇게 세월은 오고 또 가겠지

내 노래 끝나는 그 날 그 시간까지.

 

계사년 섣달 열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