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고 서두르는 나의 삶,
서두르고 서두르는 나의 삶,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정해진 일에 따른다.
새벽에 떠났다가 늦은 밤에 돌아와
잠시 눈을 부치고 일어나 다시 서둘러 떠남을 준비하는,
‘이게 아닌데,’ 이것에 어디 한두 번 일인가?
좀 더 차분하게, 천천히 일어나는 일이 필요한데,
또 이렇게 서둘러 떠남을 준비하다니,
나 역시 그처럼 바쁜 사람 중 한 사람이란 말인가?
“아름다운 맛을 꿀꺽 삼켜 먹어 치우고,
기이한 경치를 서둘러 노닐어 마쳐 버리며,
깊은 정을 얕은 말로 전해버리고,
좋은 날을 술과 밥으로 보내며,
부귀를 교만과 사치 속에 보내면,
이 모두 조화의 본래 뜻을 잃은 것이다.”
<유몽속영>에는 이렇게 실려 있는 삶을
세상의 이치나 자연의 이치와 동 떨어진 삶으로 여겼는데,
나 역시 그렇단 말인가?
서두르지 말자. 천천히 삶을 살아가자.
하면서도 매 번 나는 이런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서둘러 정하지는 말지니,
너무 일찍 헤어져 오래 떨어져 있게 되었다니?
오래 잘 생각해보게, 해야 할 일들을
하늘에는 날짜가 없고, 뉘우침에는 기일이 없으니,“
<월든>의 숲 속에 살았던 소로의 말이다.
정해진 것 아무 것도 없다.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그것만이 확실할 뿐,
조금 천천히 살아가는 삶, 조금은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살아갈 때 세상이 더 자세히 보일 것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나는 자꾸 일을 만들고, 이렇게 허둥지둥 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잠이 덜 깬 채로, 아니 서두르고 서두르면서
또 다른 출발을 준비하는 나,
그리고 곧 이어 떠날 나, 우습지 않은가?
2016년 12월 19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