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의 골목을 걷는 즐거움,
내가 사는 곳의 골목을 걷는 즐거움,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른다.‘
‘등잔 밑이 어둡다.‘ 라는 속담이 있다.
등잔 맡이 어두우면 불을 켜고 찾으면 되는데,
찾지를 않고, ‘어둡다’고 푸념만 한다는 것이다.
먼데는 잘 알면서 가까운 곳을 모른다는 말인데,
전주 소식지 <전주다움>에 글을 쓰기 위해서
내가 사는 진북동의 이곳저곳을, 어정거렸다.
어쩌면 빈둥거렸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지도 모르는데,
진북동의 숲정이 성당, 숲정이 성지를 돌아보며
한국천주교회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오랜만에 만난
알프스 김홍곤 선생님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무며 걸었던 시간들이
겨울의 한 복판 춥지는 않지만 추운 마음속을 훈훈하게 덮여주었다.
어은골로 불리고 있지만 한글학회에서 펴낸 <한국지명총람>에는
엉골로 쓰여 있고, 엉골산이라고 표시 된 마을을 지나
도착한 도토리골은 그 형상이 배의 돛대형상이라고 해서
돛대, 또는 풀어쓰다가 보니 도토리마을이 되었다.
빈집들이 여기저기서 을사년스런 모습으로 나그네를 맞고 있는 마을,
대낮인데도 사람의 그림자도 볼 수 없고, 오래 된 벽에
‘애인 구함’ 이라는 말이 육십년 대 풍경으로 남아 있는 마을,
대낮인데도 어둡고 칙칙하게 이어진 골목,
복덕방에서 방을 구해주던 주인은 어디로 갔는가?
문득 떠오르던 밀란 쿤데라의 <느림>의 한 소절.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골목길에서 사라진 옛 이야기를 긁어모으는 두 사내,
그 사이에도 흐르는 세월을 스치고 지나가는 눅눅한 바람이
동무해주던 그 시간이 추억이 된 이 새벽,
이 시간 역시 금세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되는
시간 속에 나는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2017년 1월 6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