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
8월 5일 첫날은 수운 최제우 선생이 피신해와서 동학을 처음 언급한 남원 선국사 은적암과 광한루원을 답사하고 야생화가 만발한 지리산 노고단을 오를 예정입니다.
둘째 날은 함양 상림을 걷고 남명 조식의 자취가 서린 산천재와 덕천서원을 거쳐 지리산 청학동에서 하동군 악양면으로 이어지는 회남재를 걸을 예정입니다.
셋째 날은 하동 섬진강의 대숲길을 걷고 지리산의 칠불암을 거쳐, 연곡사에서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을 걷다가 지리산 여름 걷기학교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택리지』에 실린 지리산(智異山)의 기록을 보자.
‘지리산智異山은 남해南海 가에 있는데, 이곳은 백두산의 큰 산줄기가 끝난 곳이다. 그런 까닭에 이 산의 다른 명칭을 두류산頭流山이라고 한다. 세상에서는 금강산을 봉래산蓬萊山이라 하고, 지리산은 방장산方丈山이라 하며, 한라산을 영주산瀛洲山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이른바 삼신산三神山이다.〈지리지地理誌〉에는 지리산을 태을성신太乙星神이 사는 곳이며, 여러 신선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하였다. 계곡이 서리어 뒤섞였고 깊고 크다.
지리산은 남해 가에 있는데 이는 백두산의 큰 줄기가 다한 곳이므로 산의 다른 이름이 두류산이다. 세상에서는 금강산을 봉래산, 지리산은 방장산, 한라산을 영주산이라 하는데, 소위 삼신산이다. 『지지(地誌)』에는 지리산을 태을선인(太乙仙人)이 사는 곳이며, 여러 신선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계곡이 서리어 뒤섞였고, 깊고 크다.’
지리산은 백두산에서 비롯된 백두대간이 끝맺음 되는 산으로 높이는 1915미터, 산의 둘레는 8백여 리에 달한다. 전라북도‧전라남도‧경상남도 등 세 개 도와 남원시‧구례군‧하동군‧산청군‧함양군 등 다섯 개 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총 면적이 438.9평방킬로미터에 이른다. 동북쪽에 있는 주봉인 천왕봉(1915m)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칠선봉(1586m)‧덕평봉(1522m)‧명선봉(1586m)‧토끼봉(1534m)‧반야봉(1732m)‧노고단(1507m) 등과 동쪽으로 중봉(1875m)‧하봉(1781m)‧싸리봉(1640m) 등의 높은 산들로 이루어진 이곳 지리산은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주능선만 해도 42킬로미터쯤 된다. ‘지리’는 원래 산을 뜻하는 ‘두래’에서 유래된 말인데, 두류산‧백두산에서 흘러내려 이루어진 산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서산대사 휴정은 이곳 지리산을 웅장하나 수려함은 떨어진다고 표현했지만 이중환은 지리산을 전국의 12대 명산 중의 하나로 꼽았다.(...)
지리산 남쪽에 하동군 화개와 악양동이 있다. 고려 인종 때에 기인이었던 한유한(韓惟漢)은 처음에 벼슬을 하고 있었으나, 이자겸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자 장차 나라에 환란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가족을 데리고 악양으로 숨어들었다. 조정에서 그의 재주를 아껴 사방으로 찾았으나 그는 악양동에 숨어서 세상에 나타나지를 않았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신선이 되었다고 했는데, 훗날 지리산의 화엄사‧연곡사‧신음사‧쌍계사 등에서 그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는 신라말기의 학자였던 고운 최치원의 도를 이어받아 세상 사람들이 삼신산이라고 부르는 금강산‧한라산‧지리산을 신선을 따라 오가면서 노닐었다고 하는데, 화개동과 악양동이 그의 피신처였다고 한다. 수많은 문신들이 금강산과 더불어 이곳 지리산을 찾았다. 그중 조선초기의 학자인 김종직은 『유두류록(遊頭流錄)』에서 천왕봉에 올랐던 일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새벽,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느라고 놀빛이 눈부시다. 새벽밥을 재촉해 먹고 옷자락을 걷어붙인 후 석문을 거쳐 오르는데 밝히는 풀과 나무마다 얼음이 맺혔다. 성묘(지리산 여신묘)에 들어가 다시 잔을 올리며 천지가 맑게 개어 산천이 활짝 열린 것을 사례하였다. 그런 후 북쪽 봉에 오르니 비록 나는 기러기라도 우리 위로 날지는 못할 것같이 높이 오른 것이다. 마침 새로 갠 날씨여서 구름 한 점 없이 맑아 창창 망망하여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일행에게 물었다. “먼 곳을 보는 데에 요령이 없으면 나무꾼들이 바라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선 북쪽을 본 후에 동쪽을 보고 그 다음 남쪽 서쪽을 보되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눈을 옮기면서 보아야 할 것 같지 않은가?”
누구나 가고 싶고, 머물러 있고 싶은 산, 지리산 8백 리 길로 이어질 이번 여정은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 그리고 형제자매, 그리고 좋은 친구끼리 함께 하면 더 좋은 여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