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스스로의 재능을 다 쓰고 가는 ‘삶’이 되자.

산중산담 2016. 11. 30. 20:05

 

스스로의 재능을 다 쓰고 가는 ‘삶’이 되자.

 

붓을 대면 비바람을 놀라게 하고,

시가 완성되면 귀신을 흐느끼게 한다.

(필락경풍우, 시성립귀신, 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

두보杜甫가 이백李白을 칭송한 글로 <기이백奇李白>에 실려 있는 글이다.

동 시대에 태어나 수많은 환난을 겪으면서도

문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사람의 글은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글이 그만큼 세상과 인간에 대한

사무치는 슬픔과 행복, 그리고 애정과 아름다움이 다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세상을 놀라게 하고, 귀신도 놀라게 할 글을 쓰고자 하지만

그런 글을 쓰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명나라 때의 사상가이자 문장가인 이탁오는 좋은 글을 쓰는데,

선행되어야 할 것을 두고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동심童心은 참된 마음이다. 만약 동심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하면 이는 참된 마음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동심이란 거짓이 없고, 순수하고 참 된 것으로 최초 일념一念의 본심本心이다. 동심을 잃으면 참 된 마음을 잃는 것이며, 참된 마음을 잃으면 참된 사람(眞人)을 잃는 것이다. 사람이 참되지 않으면 최초의 본심은 더 이상 전혀 잊지 않게 되는 것이다.

천하의 훌륭한 글은 일찍이 동심으로부터 나오지 않은 것이 없다. 동심이 항상 존재한다면 도리는 행해지지 않고 견문은 설자리가 없어져 언제든 좋은 글이 써지지 않는 때가 없고, 누구든 좋은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 없으며, 어떤 글이든 새로운 형태를 창작해도 좋은 글이 아닌 것이 없다.

좋은 시를 왜 꼭 옛날 좋은 것을 골라놓은 것에서 찾아야 하며, 좋은 글을 왜 꼭 선진시대의 것에서 찾아야 하는가?

후대로 내려와 육조六朝시대에 이르러 근체近體로 변화했고, 당대唐代에 전기(傳奇. 극본)으로 변했고, . . 시대에 원본(院本. 전통극의 각본)으로 변했다. 운대에 이르러 잡극雜劇으로 변하였으니, 모두 고금의 훌륭한 글이 어서 그것이 나온 시대의 선후로 좋고 나쁨을 따질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는 동심으로 느껴지는 것에 의해 스스로 글을 쓴다.“ 이탁오의 <동심설童心說>이다.

 

좋은 땅을 보는데도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은 순수한 마음이 필요한 것처럼,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 개나 두 개의 낱말을 집어 계란 삶듯 삶는그런 것은 좋은 문장이 될 수가 없다. 경험을 많이 하고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 이 두 가지가 선행된 다음에야 좋은 글을 쓸 수가 있다.

방안에 앉아서 머리로만 썼는지, 엄동설한 칼바람 불어오는 들판을 싸돌아다닌 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기억들을 가지고 썼는지는 금방 테가 난다.

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다 그렇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생각들이 이 세상을 진보시키면서 유익하게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재능이 있다. 그 재능을 제대로 다 써먹고 갓 것인가?, 아니면 자기의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살다 갓 것인가는 , ‘본인에게 달렸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 시인 토머스 그레이의 아름다운 글, <시골 교회묘지에서 쓴 엘레지>에 일부분은 큰 울림이 있다.

 

수많은 보석들이 가장 순결하고 정갈하게

난바다의 깊고 헤아릴 수 없는 심연에 누워 있고,

수많은 꽃들이 눈에 띄지 않게 피어 인적 없는 황야의 대기에,

그 아름다움 헛되이 낭비하려고 태어났다

 

저마다 간직한 아름다운 꽃들이 있다.

그 꽃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게 좋은 것인가?

아니면 어느 한 사람의 눈에 띠지 않고

저 혼자 피었다 지는 것인가? 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만인을 위해, 만인의 마음을 정화 시키고 피었다 지는

그게 바로 꽃의 사명이고, 자기의 재능은 다 쓰고 가는 것,

우리 인간들의 사명이 아닐까?

살아 있을 때가 사람이고, 죽으면 누구나 한 줌 흙이 되는데,

 

2016107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