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다시 바람만이 아는 대답,

산중산담 2016. 11. 30. 20:08

 

다시 바람만이 아는 대답,

 

 

신기한 것일까? 당연한 것일까?

미국의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일본의 작가 아무개가 순번이 몇 번이고,

아무개가 1번이며 또 다른 아무개는 순번이 몇 번이라고

여기저기 설왕설래하는 것을 무심코 듣고 있다가

밥 딜런이 받았다는 소식에 마치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절친한 지인이 받은 것이나 진배없이 가슴이 설레어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내가 항상 보다 더 시 같은 가사라고 말했던

그 노래, <바람만이 아는 대답>

이것이 시가 아니고 어떤 것이 시겠는가?

나는 오래 전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던 적이 있다.

바람이 바람을 불고 지나가는 텅 빈 벌판이나

저물어 가는 강변에 서 있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바람이 바람에게 말하는 소리를

나직하게 말하다가 지친 바람은 바람의 소리를 외면하고

인간의 소리도 외면하고,

세상의 모든 소리도 외면하고

스스로 가야 할 길만 우직하게 간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바람이 두고 간 말들의 여운을 좇고 있는 한 사내,

그 한 사내가 바람이 되어 바람처럼 먼 길 떠나는 시간,

지금 이 시간,“

 

그 때 내 마음을 파도처럼 뛰어놓게 했던 노래 가사가

바로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닌 대답>이었다.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봐야

삶을 깨닫게 될까.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야

백사장에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전쟁의 포화가 휩쓸고 지나가야

영원한 평화가 찾아오게 될까.

친구여, 그 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높은 산이 씻겨 바다로 흘러 들어갈까.

사람이 자유를 얻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는 걸까.

사람은 언제까지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친구여, 그 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사람이 하늘을 얼마나 올려다봐야

진정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려야

다른 사람들의 비명을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되어야

너무도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다는 걸 알게 될까.

친구여, 그 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

 

밥 딜런의 시보다 더 시 같은 노래다.

 

아무도, 그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해답을

단 하나, 바람만이, 바람만이 대답해준다고,

세상의 모든 불행, 모든 사랑, 모든 평화가

지나가는 그 바람결에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고,

 

사람을 현명하게도 하고

사람을 슬프게도 하고 또는 절망에 빠뜨리기도 하고

그리고 구원해 줄 것이라고 속삭이며,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 바람이 알고 보니

그대의 사랑이자 분노였던 것을,

 

무자년 섣달 삼십일에 쓴 글이다.

 

내가 반했던 소절은 첫 소절이다.

사람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봐야

진정한 삶을 깨닫게 될까.“

그렇게 오랜 세월 걸었는데도

항상 길 위에 있으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그 자리를 맴돌고 있고,

부처는 더도 덜도 아닌 길의 끝에 자유가 있다고 속삭인다.

예수도 말했지 않은가? ‘나는 길이요, 생명이니라.“

내 생명이자 자유이며, 내 죽음인 그 길을

얼마나 더 걸어야 진정한 자유,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될까?

얼마나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난 뒤에야 나만이 느끼는 자유,

나만이 느끼는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될 것인가?

그 때는 진실로 참다운 를 발견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을 축하드립니다.

 

20161014(금요일)

 

밥 딜런의 노래 한 곡 보내드립니다.

 

'더 타임즈 데이 아 더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 그들이 변하는 시간)

 

'The line it is drawn. The curse it is cast. The slow one now. Will later be fast. As the present now. Will later be past The order is Rapidly fadin'. And the first one now Will later be last.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선은 그어졌고, 저주는 시작됐어. 지금은 느리게 움직이지만, 곧 빨라질 거야. 지금은 현재이지만 나중에는 과거가 되는 것처럼. 한 시대는 빠르게 저물어가고, 결국에는 맨 처음 것이 맨 나중 것이 될 테지. 그렇게 시대가 변하고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