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자료 모음

무주 금강변 마실길 - 복사꽃 만발한 무릉도원으로 가는 길,

산중산담 2012. 11. 14. 23:56

 

복사꽃 만발한 무릉도원으로 가는 길,

 

 

4월 넷째 주 정기기행을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하루 기행으로 대체합니다. 4월 28일 토요일 하루, 일 년 중 한 번이라도 안 가면 한 해가 서운한 해로 남아서 못 내 아쉬운 길, 무주의 무릉도원 길을 갑니다. 금강 천리 길 중 가장 아름다운 길, 그리고 복사꽃, 조팝꽃, 등 온갖 꽃들이 아우성치는 그 길을 갑니다.

 

 

‘봄이 온다,’ 그것도 겨울이 유난히 추워서 오매불망 기다린 봄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그것도 4월 둘째 주 주말에 안가면 좀이 쑤시고 몸살이 나는 곳, 그곳에 가면 우선 기氣부터 막힌다.

꿈에서도 생시에서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서, 저절로 경탄敬歎이 나오는 그런 장소를 만날 때가 더러 있다.

그곳이 바로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에서 무주읍 용포리 잠두 마을 강변을 따라가는 길이다.

 

 

“들녘 저만치 안개 속에 다리 둥실 걸렸는데

시냇가 서쪽 바위에서 뱃사공에게 물어보네

복사꽃 온종일 물 따라 흐르는데

맑은 시내 어디쯤에 도화동桃花洞이 있는냐고?“

 

장욱의 <복사꽃은 온종일 물 따라 흐르는데>라는 시 한편 생각나는 그 길을 걷다가 보면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저절로 시인이 되고 어린이가 되고, 신선이 되는 그런 순간을 맞을 것이다. 그 순간이야말로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을 갈파한 괴테는 <에커만과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지고至高의 것은 경탄驚歎이다. 인간은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려고 하지만, 그것은 헛된 일이다. 그것은 마치 거울을 처음 본 어린애가 거기에 비친 물상物像들이 신기로워서 그 뒤에 무엇이 있는가하여 뒤집어 보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연둣빛으로 물드는 강이 있고, 흐르는 강물소리가 가슴팍을 적시고 지나가는 강변을 따라가다가 보면 어느덧 시간이 멈춘 자리 ‘무릉도원‘이 펼쳐지는 곳, 그곳으로 가는 길에 봉길리 벼리길 있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을 정으로 쪼아 만든 벼리길이 문경의 관갑천잔도나 창녕의 개벼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곳 부남면 금강 변에 있는 것이다.

벼리아래는 새파란 강물이 유장하게 흐르고 버드나무와 철쭉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길, 이 길을 걸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강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그 지난한 삶을, 이렇게 가파른 벼랑에 길을 내야만 살 수 있었던 그 질곡의 삶을,

그림 같은 개벼리 길을 앞서간 사람들이 마치 그림처럼 휘돌아가고 멀리 보이는 상사바우는 상사병에 걸린 처녀가 굿을 해도 낫지 않으면 이 바위에서 몸을 던져 죽었다는 슬픈 사연을 안고 있다.

또 이곳에는 사모관대를 쓴 것 같은 신랑바우와 마치 족두리를 쓴 것처럼 보이는 각시바우가 마주보고 있어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마을이 금강 상류에 둘러싸여 있어 마치봉황의 집처럼 보인다는 봉길鳳吉리는 봉소라고도 부르는데, 멀리서보면 문득 그곳에 들어가 살고 싶은 생각이 물씬 드는 땅이다.

 

그곳에서 봄 물드는 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곳이 바로 무주군 무주읍 용포리 잠두마을 건너편의 길과 섬바위가 있는 용담면의 개비리 길이다.

야생복숭아꽃과 벚꽃, 그리고 조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어디가 길이며, 어디가 강이고 산인지, 분별할 수 없이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곳이다.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에서 무주읍 용포리 잠두마을로 가는 금강 길은 이름조차 아름다운 비단강이다.

그 강변에 피어난 복사꽃, 이팝꽃, 벚꽃과 이름조차 모르는 온갖 꽃들의 향연에 빠지고픈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