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자료 모음

한국의 차마고도인 새비재길과 화절령을 걷는다.

산중산담 2014. 5. 5. 23:39

한국의 차마고도인 새비재길과 화절령을 걷는다.

 

갑오년 4월, 꽃피는 봄날 정선을 갑니다. 한국의 차마고도라고도 하고 운탄고도로 라고 알려진 새비재 길, 화절령, 만항재를 따라 걷는 이번 여정은 정선의 산등성이에 이어진 하늘길을 걷는 시간입니다. 재가 높아서 하늘이 세 뼘밖에 안 된다는 정선의 산길을 걸으며 마음에 쌓여 있던 시름을 내려놓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정선에 위치한 '새비재길'(정선군 신동읍 방제리)은 길이 높고 험해 고개를 이룬 산의 형상이 마치 새가 날아가는 모습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조비치'(鳥飛峙)의 토속 지명을 인용했다

요즘 <별 그대>로 인하여 중국까지 널리 알려진 전지현과 차태현이 주연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배경무대로 ‘그녀’가 ‘견우’와 함께 타임캡슐을 묻었던 곳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당시 영화에 등장했던 ‘엽기소나무’ 주변에 타임캡슐 공원이 조성되었다. 타조알처럼 생긴 캡슐에 추억의 물건들을 담아 100일, 1년, 2년, 3년 가운데 원하는 기간을 선택해 묻어 두고 나중에 열어볼 수 있다고 한다. 타임캡슐은 약 5만 8,000개가 준비돼 있으며 이 가운데 수십 개는 벌써 주인을

찾았다고 한다.

 

해발이 850m밖에 되지 않지만 타임 캡슐공원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큰 산 못지 않게 장엄하면서도 빼어나다.

정선군에서 가장 높은 산인 두위봉(1,466m)을 비롯한 고산준봉들이 사방으로 어깨를 걸고 물결치듯 펼쳐져 나가고 이러한 아름다운 전경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운탄고도. 화절령과 새비재, 만항재

 

운탄고도는 32㎞에 이르는 길게 이어진 길로. 세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

만항에서 하이원C.C 로 가는 길은 지대가 높은 길로 이루어져 있다. 나라 안에서도 이름난 고산도시인 태백과 정선 시내보다도 훨씬 높은 지점이다.

운탄고도를 따라 걷는 길은 높은 산 봉우리들을 마주 보며 걷는 길이다. 길가에는 다양한 나무가 자라므로 나무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길이가 8.3㎞인 첫 번째 구간은 '혜선사'를 따라 걸으면 된다. 만항재 기점 3.5㎞, 혜선사까지 300m 남은 갈림길에서 바리케이드가 있는 오르막으로 나아간다.

바리케이드부터 약 1.5㎞ 정도의 완만한 오르막길이 끝나면 전망이 좋다. 강원도 동부를 가로지르는 산맥의 형세가 웅장하다.

이후에는 오르막과 평지, 내리막이 번갈아 나타나 지루함을 덜어준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저수지와 산사태를 막기 위해 박아놓은 나무 지지대가 눈에 띈다.

첫 번째 구간의 마지막 지점에 이르면 하이원리조트의 호텔과 골프장이 보인다. 운탄고도에서 대면하게 되는 유일한 대규모 인공 시설물이다.

한편 운탄고도는 산림청이 허가한 차량을 제외하면 통행이 불가능하다. 임도 어귀에 주차한 뒤 일부 구간만 걸을 수도 없다는 점에 주의한다.

두 번째가 하이원C.에서 화절령에 이르는 길이다. 이 구간은 전체적으로 힘겹지 않은 편으로 하이원리조트의 '하늘길'과 겹친다. 길이도 약 6㎞로 짧다.

하이원C.C에서 '마운틴콘도' 쪽으로 가면 산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임도가 나타나면 왼쪽으로 걷는다. 이 구간에는 하이원리조트에서 도보여행자를 위해 표지판을 여기저기 세워 놓은 덕분에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하이원C.C에서 화절령까지 가는 길은 첫 번째 구간보다 나무가 우거졌고, 길도 포장돼 있지 않은 구간이 많다. 그래서 길을 걷는 나그네들이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

만항재를 기점으로 12㎞부터 화절령까지는 경사가 급하지 않은 내리막이다. 12.4㎞ 지나면서 상쾌한 숲길이 이어진다.

14㎞ 지점은 하이원리조트 곤돌라 탑승장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서 운탄고도까지는 약 20㎞ 가까이 남았기 때문에 내려가야 할지 아니면 더 가야할지를 판단한다.

화절령은 정선에서 영월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하이원리조트로 이동할 수 있는 마지막 분기점으로 리조트 폭포주차장까지는 40~50분 정도 걸린다.

세 번째 구간 화절령에서 새비재로 가는 구간이다. 화절령은 땔나무를 구하러 산에 올라온 젊은이들이 꽃 꺾기 내기를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새비재길은 운탄고도에서 탄차가 가장 빈번하게 드나들었던 구간이다. 피로를 잊게 하는 전망 좋은 곳이 산재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길이는 약 16.8㎞로 만항재에서 화절령까지와 비슷하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4시간 이상 걸린다. 화절령에서 정면의 바리케이드를 지나면 오른쪽에 작은 표지판이 있다.

철쭉으로 유명한 두위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두위봉까지는 약 5㎞를 가야 한다.

운탄고도의 마지막 구간에는 오르막이 두 번 나온다. 우선 화절령에서 1.5㎞ 정도가 완만한 오르막이다.

경사진 길 왼편으로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펼쳐진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트레킹으로만 접할 수 있는 비경이다.

화절령 기점 1.5㎞ 지점부터 약 5㎞는 내리막길이다. 표고 차가 350m 정도 된다. 중간에 쉬어갈 만한 침상, 작은 폭포, 푸른 숲이 있다. 이후 5㎞는 평탄한 길이다. 따라서 10㎞ 정도는 조금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운탄고도 최후의 오르막을 거치면 고랭지 채소밭으로 풍광이 변한다. 이곳은 채소를 수확하기 전인 8월이면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만항재에서 시작된 운탄고도 트레킹은 새비재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소나무 한 그루가 홀로 서 있는 새비재는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적당하다. 타임캡슐공원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아름답다.(연합 뉴스 이진욱 기자)

 

봄나물이 산천을 비집고 올라오는 봄날에 정선과 영월의 아름다운 산천을 맛 볼 수 있는 이번 기행에 함께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