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치고개에서 만난 고개의 의미
13.09.01 한남금북정맥 8구간을 마치며
지금이야 고개라고 해도,
자동차가 오르는데 조금 불편할 뿐 험한 길마루 이상의 의미는 없다.
하지만 옛 사람들에게 있어 고개란 그야말로 발품을 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걸었던 이 정맥길이 산길이면서도 분수령의 의미를 가지고 있듯이
분수령은 곧 물이 다르다는 속설을 정확히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에게 고개란
분수령으로 드나듦을 표하는 또 다른 하나의 표현일 것이다.
고개마다 마을로 들어서면 옛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고개를 넘어서면서 또 물 다른 옛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삶의 고비마다 만나는 고개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있고, 넘어야만 했던 삶의 무게가 실려 있다. 그 고개를 정점으로 사람과 마을이 헤어지고 만나고, 그렇게 지켜온 고개들 가장 길다운 길이 바로 고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정맥길을 걸으며 만나게 되는 고개마다 얽힌 얘기들을 들으려 하는 것은 그만큼 이러한 중요한 역활을 고개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유엔의 별 반기문 사무총장님의 생가가 있는 행치고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가대표가 국외로 나가 잘 싸워주면 기분이 좋듯 세계를 대표하는 유엔에서 훌륭한 역활을 수행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 앞으로 만나게 될 고개마다 사연들이 더욱 기다려 진다. 한남금북정맥길을 계속이어가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 보 산 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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