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山中山談

행치고개에서 만난 고개의 의미

산중산담 2014. 8. 16. 12:57

 

행치고개에서 만난 고개의 의미

                     13.09.01  한남금북정맥 8구간을 마치며

 

 

지금이야 고개라고 해도,

자동차가 오르는데 조금 불편할 뿐 험한 길마루 이상의 의미는 없다.

하지만 옛 사람들에게 있어 고개란 그야말로 발품을 팔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걸었던 이 정맥길이 산길이면서도 분수령의 의미를 가지고 있듯이

분수령은 곧 물이 다르다는 속설을 정확히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에게 고개란

분수령으로 드나듦을 표하는 또 다른 하나의 표현일 것이다.

고개마다 마을로 들어서면 옛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고개를 넘어서면서 또 물 다른 옛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삶의 고비마다 만나는 고개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있고,

넘어야만 했던 삶의 무게가 실려 있다. 

그 고개를 정점으로 사람과 마을이 헤어지고 만나고,  그렇게 지켜온 고개들

가장 길다운 길이 바로 고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정맥길을 걸으며 만나게 되는 고개마다

얽힌 얘기들을 들으려 하는 것은

그만큼 이러한 중요한 역활을 고개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유엔의 별 반기문 사무총장님의 생가가 있는 행치고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가대표가 국외로 나가 잘 싸워주면 기분이 좋듯

세계를 대표하는 유엔에서 훌륭한 역활을 수행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

앞으로 만나게 될 고개마다 사연들이 더욱 기다려 진다.

 

한남금북정맥길을 계속이어가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 보 산 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