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山中山談

묵정밭을 걸으며 묵정밭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산중산담 2014. 9. 7. 12:01

 

묵정밭을 걸으며 묵정밭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낙동8구간 맹동산 구간

 

 

 

영양군 안내판 뒤로 묵정밭이 된 듯한 밭을 끼고 오른다

 

 

우리 음식에서 곰삭다라는 말이 있다

음식이 곰삭으면 음식의 고유한 맛은 살아지고

전혀 다른 맛이 탄생한다

 

홍탁에 묵은 김치를 겉들이고 돼지고기를 더하면

삼합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다

발효식품의 막바지에 나는 냄새가 곰삭은 냄새이고 보면

묵혀두면 둘 수록 좋아지는 경우일 것이다

 

생식을 해야 할 경우가 있고 곰삭은 음식을 먹어야 할 떄도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우리 인연도 곰삭을 정도로 깊어지면

나의 본연의 모습은 잠시 잊혀지더라도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온다

 

파릇파릇한 첫 만남의 생식도 중요하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곰삭아지는

우리의 인연이 더욱 소중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낙동식구님들 마지막까지 완전 곰삭아진 인연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 했으면 하는 마음...

 

오르다 다시 만나게 되는 묵정밭

 

 

부안 출장차 엊그제 다녀온 부안 격포의 아름다움도 잠시

새만금이라는 이름으로

갯벌이 서서히 흙으로 덮여 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본과 권력이 만든 우리세대의 稀代의 작품인 새만금

미래 후손의 최대 자본 주주이신 갯벌님을

이렇게 무참히 짓밟고서 어떻게 후손을 대할지...

 

이왕 개발은 시작됐으니 되돌릴 수도 없고...

앞으로도 수십조가 더 들어가야 한다는데...

 

 

묵혀 두면 둘 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갯벌은

마지막 순간에도

우리에게 할 말은 잊지 않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 두면 곰삭은 갯벌이 되어

더 많은 자연을 선물할 수 있을 텐데..

 

자본의 욕심에 정치적인 욕심에

세계적인 천혜의 자원인 갯벌이 사라지는 모습이

그저 안타까울 뿐...

 

우리가 땅을 디디고 사는 공간은

사람의 손길과 끝없는 정성이 들어가야 

곡식으로 보답하지만

 

가꾸지 않으면

거칠어질 수 밖에 없는

흙의 속성이 이렇게 묵정밭을 만들어 낸 것이다.

 

 

아마 저 아래 부지런한 농부가 열심히 올라와 경작을 했을 것인데? 세월의 무상함?

 

 

 

힘을 다해 가꾸어야 할 이 땅은

정성이 부족하여 묵정밭이 되고

자연 그대로 두어 푹 삭아야만 재기능을 발휘하는 갯벌은

너무 정성이 들어간 개발로 신음하고

 

뭐이레 세상이...

 

 

 

초 보 산 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