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山中山談

철없는 계절에 고함

산중산담 2014. 9. 7. 15:22

철없는 계절에 고함

10구간을 마치며

 

 

 

요즘

계절이 계절답지 않은 탓에

 

늦어지면 안된다는 조바심에

가는 세월을 붙잡으러

꽃들이 앞다투어 피다 보니

 

자연도 우리도 억망진창이 되어버리는 중에

낙동정맥길 너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이가 빠지고

또 앞이 보이지도 않는 구간을 앞서 걷기도 하고

 

어쩜

가는 세월이 만들어 내고 있는 요즘의 계절과

이렇게 닮아 있는지

 

우리가 한발한발 걷다보면

목표점에 도달하여 

하루라는 의미를 감사하게 느낄텐데

 

조바심은 길을 잃고 해매게 한다.

꽃이 길을 잃었 듯이...

 

하지만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기에

그 아름다운 산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렇게 집을 나서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나마 이렇게 산을 찾아 떠날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산을 기다린다면

산은 죽는 날까지 우리곁으로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을 다할 때까지

떠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록 무박이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한 떠나는 길일지라도

우리는 한사코 길을 나서는 것이다.

 

세월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붙잡아도 잘도 가는게 세월이고 보면

이렇게 되돌아 와 맞이한 삶이라는 울타리속에서도

 

내가 가고자 하는 풍경이 있는 산줄기가

눈앞에

또 다시 어른거리는 것을 보면

 

그것이 내가 살아 있다는 징표는 아닐까 생각된다

세상사 모든 것은

마음을 바꾸는 것에서 부터

변화가 시작된다고 하지 않던가...

 

 

초 보 산 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