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정으로 산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인연과 인연들이 모여 그렇게들 살아 간다
때론 사랑하고 때론 미워도 하고 하면서
정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하루를 버텨내고 지나다 보면 세월이라는 흐름에 흘러가고
언제 우리가 만났던가 언제 우리가 헤어졌던가 가물가물해지고...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물론이고 자연에서도 많은 인연이 함께하고 있음을 배운다
그래서 산속에 들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숲속의 풍경이다
목표로 했던 산이 내가 반기기도 전에 산이 먼저 나를 먼저 반긴다
나도 모르게 양팔을 들어 맘꺽 숨을 들이쉬는 것도 다 숲속이 만들어낸 공기가 먼저 반기기 때문이다
산에서 살아가는 자연은 산과 냇물과의 인연이 가장 기본이다.
계곡 없는 산이 있을 수 없음이다
거기에 나무와 이름 모를 잡풀과 잡목들 그리고 하늘로 지붕을 삼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 완성되고 거기에 산새들이 합창을 하며 하루를 살아 간다
우리가 어릴적부터 항상 꿈꾸어 왔던 것이 웃음이 끊이지 않는 집이었다
이미 주어진 하늘을 이불삼고 흙속의 친구들을 벗삼아 묵묵히 나무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알아서 바람이 찾아오고 햇볓이 비춰주고 산새들이 날아와 세상 소식을 전해 주는 것이다
이럴진데 하물며 두다리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인간은 행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다
계곡을 흐르는 물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참으로 대단한 인연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돌 밑을 흐르는가 싶다가도 돌을 씻으며 흐르다가 다시 돌 밑으로 흘러 들어가고 다시 솟아나고
옥석은 가만히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부딛히고 깨지면서 아픔을 견뎌내야 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옥석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몽돌이 아름다운 것은 파도가 주는 시련을 견뎌내는 지혜를 발휘했기 때문이 듯
계곡에 있는 돌도 다 흐르는 물이라는 인연을 소중히 하고 의지하며 새로 탄생했기에
흐르는 물속에서 돌끼리 부딛히는 소리가 청아한 것도 다 그런 내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흐름을 멈출 수 없는 숙명을 타고 난 물이라지만 그놈의 정때문에
바다로 흘러 다시 하늘로 올라 다시 이곳에 찾아 와 인연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구름은 하늘의 화가이기도 하지만 때론 봉우리에 많은 인연을 남긴다
봉우리에 떠다니며 산에 사는 모든 생명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바람을 불러 함께 어깨동무하며 움직일 수 없는 산속 친구들에게 세상소식을 전해주기도 한다
인간마음에 천길이 있듯 만물에도 천길이 넘는 지혜가 숨어 있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인연으로 맺은 관계 속에서
만물도 다 그렇게 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말없는 가르침으로 자연이 나에게 던지는 오늘 하루라는 이름이다
초보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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