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산꾼 여행이야기 : 현진건 집터 (부암동)
답사일 : 2013년 11월 30일
누구랑 : 우리 부부
더 많은 사진 자료는 http://blog.daum.net/kmhcshh/2462 에 있습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부암동 325-2번지 - 다음지도
헌진건의 작품 중 '운수좋은날'은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사라졌지만 제목만큼은 가끔 생각을 떠올리곤 한다
제목부터 반어적인 표현을 사용했던 작가의 성향때문인지 모르지만 어찌됐든 내용에 관계없이 제목만은 계속 기억나는 마력이 있다
작가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어쩐지 운수 드럽게 없을 것 같은 느낌까지 함께 내면에 복선을 깔아 주는 마력
술을 유난히 좋아했다던 현진건 작가의 집터로 술에 취하고 세상살이에 취한 걸음으로 올라가는 여정
현진건이 운수좋은날이 오기를 역설적으로 표현했을 시대가 지금도 계속 진행형일 수 밖에 없음에...
이정석만 놓여 있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빙허 현진건 집터인지 분간부터 잘 되지 않는다.
<빈처>,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B 사감과 러브레터>, <고향>, <무영탑> 등을 집필하고 백조 창간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20년대 사실주의 단편소설의 확립자라고 불리는 소설가이며 동아일보 사회부장을 맡았던 언론인이기도 했던 빙허 현진건(1900~1943)
동아일보 기자생활을 함께 할때 1936년 동아일보 사회부장 재직 당시 일장기 말살사건으로 1년 동안 옥살이를 치른 뒤 1937년 이곳에 들어왔지만
경제사정이 어려워지고 결핵마저 악화되자 43년엔 이 집을 팔고 동대문구 제기동 조그만 초가로 이사간 뒤 그해 바로 죽음을 맞는다.
이름모를 나무 2그루가 지키고 선 초라한 폐가 현진건 집터
정확한 과정은 알 수 없지만 선생님의 사후 부동산의 열풍을 타고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 집을 헐어 벼렸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그게 사실이라면 돈에 눈이 가려 그 소중한 문화재를 잃어버렸다는 얘기인데 어쩐지 뒷맛이 씁쓸하기만 한데...
2003년 철거된 현 선생의 집터만이라도 보존, 이 곳에 박물관이나 기념관을 짓자는 주장도 제기 됐지만
그 당시 소유주가 2~3배 비싼 가격을 제시하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아직 폐허로 남아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수많은 주옥같은 작품으로 사실주의 단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소중한 작가의 공간이 허무하게 사라지고...
결국 일제와는 전혀 타협을 거부했던 현진건의 운수좋은날은 사후에도 없었던 것이다
현진건의 쓸쓸했을 인생 말기만큼이나 아무도 돌보지 않고 있는 현진건집터앞에 서면 우리는...
이 무계정사터 옆에 있는 고목 나무 만은 지금도 이렇게 두다리 튼튼하게 지키고 있는데...
당국에서 공용주차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현진건의 빈 집을 헐었다고 공식적인 얘기가 들리지만
주민 반대로 주차장으로도 이용 못 하고 지금은 잡풀만 무성한 공터로 비어있는 씁쓸한 현실
달랑 이정석 하나만 두고 있어서 괜한 아쉬움으로 돌아 왔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또 다시 우리 3450온누리 산우님과 함께 걷는다 생각하니 다시 힘이 납니다
동아일보시절 사장의 빰을 떄린 이유가 단지 술을 사주지 않았다고 하는 일화로 대변되는
비교적 부유했던 집안에서 태어나 술과 병마로 말년을 보내야 했던 빙허
일장기 사건으로 직장을 잃고 양계장 사업등을 하다가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빈것에 의지한다는 뜻을 가진 빙허憑虛라는 그의 호처럼
친일을 거부하고 비록 가난했지만 단편문학의 완성이라는 평가만이
이렇게 빈터만 남은 이 곳을 떠나면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것을 실감하며....
초 보 산 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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