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자료 모음

여름 계곡 트레킹의 명소인 인제의 아침가리를 걷는다.

산중산담 2015. 10. 28. 20:23

 

여름 계곡 트레킹의 명소인 인제의 아침가리를 걷는다.

 

 

무릇 유람이란 흥취를 위주로 하나니, 노는 것에 날을 헤아리지 않고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면 머물며, 나를 알아주는 벗과 함께 마음에 맞는 곳을 찾을 뿐이다. 저 어지러이 떠들썩하는 것은 나의 뜻이 아니다. 대저 속된 자들은 선방禪房에서 기생을 끼고 시냇가에서 풍악을 베푸니, 꽃 아래서 향을 사르고 차 마시는데 과일을 두는 격이라 하겠다.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물었다.

산 속에서 풍악을 들으니 어떻습니까.?”

내 귀는 다만 물소리와 스님이 낙엽 밟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요.”

초정 박제가의 <묘향산 기행> 중 한 구절이다.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마음속을 거니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우는 곳이 아침가리입니다.

한 여름 계곡 트레킹 중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코스가 아침가리 트레킹입니다.

아침가리 골짜기는 구룡덕봉(1,388m) 기슭에서 발원하여 20를 흘러 방태천으로 들어가는 골짜기입니다.

조선시대에 민중들에게 유행했던정감록(鄭鑑錄)에는 재앙을 피할 수 있는 명당터가 나옵니다. 물과 불, 그리고 바람의 세 가지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를 말하는데, 그러한 곳이 강원도 인제군 개인산과 방태산 주변에 있는 곳이 34가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둔이란 산 속에 숨어 있는 펑퍼짐한 산기슭을 말합니다. 가리(거리)란 겨우 밭을 갈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골짜기를 말합니다.

아침가리는 아침에 밭을 갈 정도의 해만 잠깐 비치고 금세 져버릴 만큼 깊은 산중이라 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한자로는 아침 조()에 밭갈 경(), 그리고 고을 동()을 써서 한자로는 조경동(朝耕洞)이라고도 부르는데 아침가리골은 그 사가리 중에서도 가장 깊고 긴 골짜기입니다.

방태산 구룡덕봉 동쪽 사면의 월둔고개 근처에서 발원한 아침가리 골은 조경동 옛 마을을 지나 진동리 갈터마을 앞에서 방태천과 합류하는 약 15에 이르는 물줄기를 말합니다.

아침가리골 트레킹은 길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시냇가를 따라 걷기도 하고 차가운 물속을 첨벙첨벙 등산화를 신은 채 건너가기도 하며, 거친 물길을 만나면 숲길로 들고 물속을 아예 헤엄치듯 건너가기도 하지만 사람이 걷는 곳이 길이 되는 묘미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바위와 울울창창하게 우거진 나무숲이 어우러진 아침가리골의 비경은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한 여름에 시원한 골짜기인 아침가리골을 거닐며 자연 속에서 자연이 되는 경이를 맛보고 싶은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