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새, 오월 초나흘이다.
뭇 사람들이 계절 중 가장 아름답다고
예찬하는 계절 오월,
온갖 꽃들이 피고 진 그 자리에
다시 연둣빛 나뭇잎들 사이로
피는 찔레꽃, 오동나무 꽃 사이로
흐르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서려 있다.
“남으로 트인
외진 곳에서
너와 나
입을 대었지,
눈빛 흰 갈매기와
검은 까마귀가
와서 보았지,
멍이 들도록
네가 내게 입 맞추었을 때
너와 나도 저런 것들과
다름없다고 했었지.
씽그의 <오월>이라는 시가
가슴 아리게 다가오는 계절
오월!
그 오월을 두고 하이네는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남겼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모든 꽃 봉우리 피어날 때
나의 가슴속에도 사랑이 싹 텄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모든 새들이 노래 부를 때
나의 그리움과 아쉬움
그녀에게 고백했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워도,
그 아름다운 세월 속을 흘러가고 흘러가도 세상은 별 탈이 없을까?
가끔씩 불안하면서도 행복해하고, 미심쩍기도 하지만,
내 일상하고 무관하게 세상은 잘도 돌아간다.
꽃은 사방에 피고 나무 잎들은 온통 연둣빛으로 천지가 다 꽃이며
연둣빛이다.
특히 비바람 불고 난 뒤의 산천에 피어나는 꽃이며 잎들은
더 없이 청초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닐 때 내 가슴을 열고 들어올 것들을 무엇일까?
알 수 없다. 그냥 게 장소와 시간에 몸을 내 맡기는 것,
그것이리라.
지금도 이처럼 답사를 기다리며 마음이 설레는 것은
내가 아직도 철이 덜 들었거나,
속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월!
헨리 8세의 왕비였던 앤 여왕이 부정의 누명을 쓰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있다.
"아 오월이군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전해 줄
그런 계절,
오월이기를
병신년 오월 초나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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