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산중산담 2016. 7. 18. 15:02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그새, 오월 초나흘이다.

뭇 사람들이 계절 중 가장 아름답다고

예찬하는 계절 오월,

온갖 꽃들이 피고 진 그 자리에

다시 연둣빛 나뭇잎들 사이로

피는 찔레꽃, 오동나무 꽃 사이로

흐르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서려 있다.

남으로 트인

외진 곳에서

너와 나

입을 대었지,

눈빛 흰 갈매기와

검은 까마귀가

와서 보았지,

 

멍이 들도록

네가 내게 입 맞추었을 때

너와 나도 저런 것들과

다름없다고 했었지.

씽그의 <오월>이라는 시가

가슴 아리게 다가오는 계절

오월!

그 오월을 두고 하이네는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남겼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모든 꽃 봉우리 피어날 때

나의 가슴속에도 사랑이 싹 텄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

모든 새들이 노래 부를 때

나의 그리움과 아쉬움

그녀에게 고백했네.“

 

<참으로 아름다운 오월>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워도,

그 아름다운 세월 속을 흘러가고 흘러가도 세상은 별 탈이 없을까?

가끔씩 불안하면서도 행복해하고, 미심쩍기도 하지만,

내 일상하고 무관하게 세상은 잘도 돌아간다.

꽃은 사방에 피고 나무 잎들은 온통 연둣빛으로 천지가 다 꽃이며

연둣빛이다.

 

특히 비바람 불고 난 뒤의 산천에 피어나는 꽃이며 잎들은

더 없이 청초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닐 때 내 가슴을 열고 들어올 것들을 무엇일까?

알 수 없다. 그냥 게 장소와 시간에 몸을 내 맡기는 것,

그것이리라.

지금도 이처럼 답사를 기다리며 마음이 설레는 것은

내가 아직도 철이 덜 들었거나,

속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월!

헨리 8세의 왕비였던 앤 여왕이 부정의 누명을 쓰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있다.

"아 오월이군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전해 줄

그런 계절,

오월이기를

 

병신년 오월 초나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