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모든 인간은 다 저마다 망망한 바다에 떠 있는 섬,

산중산담 2016. 7. 18. 15:06

 

모든 인간은 다 저마다 망망한 바다에 떠 있는 섬,

 

 

수많은 사람들과 답사를 하는 중에도 가끔씩 절해고도에 홀로 있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을 것이다.

출렁이는 물결, 삼킬 듯 달려드는 파도의 움직임, 혹은 우람한 나무숲 속에서 미세한 나뭇잎들만 포착되는 깊은 산속, 온갖 소음과 사람들의 숲에 있으면서도 홀로 먼 길을 가는 듯한 시간, 그때가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들어가는 시간이다.

집도 길이고, 길도 집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세월이 많은 내가 특히 더 그런 생각에 빠지는지 몰라도, 결국, 모든 인간은 다 저마다 망망한 바다에 떠 있는 섬, 파도의 움직임에 표류하는 작고 가녀린 섬이다.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자기 자신 속, 자기 자신의 집, 자기 자신만이 걸어갈 수 있는 길로 겸허히 걸어가는 시간이다.

모든 것이 허위의 깃발을 올리고 항해하니, 한 단어도 진실과 일치하지 않아요. 예컨대 나는 지금 집에 가죠. 그렇지만 단지 그렇게 보일 뿐이에요. 실제로는 특별히 나를 위해 설치된 감옥으로 올라가는 거예요 이 감옥은 정말 보통 시민의 집과 우유사하고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감옥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견고하죠. 그 때문에 탈출 시도는 차츰 줄어들죠, 눈에 보이는 사술이 없다면, 사슬은 끊어질 수 없는 법이에요. 따라서 감금은 아주 평범한 일상의 존재, 지나치게 안락하지는 않은 일상의 존재로 체계화해 있어요. 모든 것이 튼튼한 재료로 만들어지고 견고한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그것은 지옥으로 추락하는 승강기예요. 사람들은 승강기를 보지 못하죠. 그러나 눈을 감으면 승강기가 자신들 앞에서 굉음을 내고 솨솨 소리를 내는 것을 듣게 되죠.”

프란츠 카프카의 일기 중 한 편이다.

 

은둔처이자, 감옥이며, 피난처인 집, 그 속에서 안도와 평안, 그리고 나른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불안과 절망, 그리고, 슬픔을 더 느끼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를 집이라는 곳에서 머물러 있지 못하고 이런 저런 계획을 세워서 집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이 역시 나의 병중의 큰 병 일 것이다.

숨어 있지도, 마음을 내려놓고 쉬지도 못하는 집, 내 마음이 아직도 이런 저런 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사람들은 숨을 집을 구한다. 그리하여 시골이나 해변 가나 산속에 은퇴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대도 역시 그것을 언제나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가 은퇴하려고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한다면 자기 자신의 영혼보다 더 조용한 장소, 또 번잡하지 않은 장소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 내부를 돌이켜보면 곧 완전한 평정으로 돌아가는 그런 상념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 그러하다.

평정이란 마음이 잘 정리된 상태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언제나 이 은폐된 집에 자기를 맡겨 자기 자신을 새롭게 할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주의나 행동강령은 간결하고 직접적일수록 좋다. 그렇게 되면 그것들을 상기만 하여도 곧 완전히 영혼이 깨끗이 씻음을 받아, 스스로 돌아가야 할 곳에 아무런 불만이 없이 송한 될 것이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실린 글이다.

 

이렇게 저렇게 흔들리고 흔들리는 마음, 조금만 바꾸면 될 것인데, 그게 어렵다.

문득 최순우 선생이 그의 집에 써 붙여 놓았다는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문만 걸어 닫으면 바로 이곳이 오지 같은 산중이라는 글이 떠오르는데, 그것이

 

그토록 어려워서 나는 이렇게 어정거리고 서성거리는 것일까?

 

병신년 오월 초열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