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 삼일 동안 경상도 일대를 돌아다니고 돌아 온 날 밤,
그냥 잠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채었다.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물들, 특히 오랜만에 보았던 내가 좋아하는 절집,
내가 좋아하는 길만이 아닌 그 무엇,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며 나를 자꾸 더 들여다보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초년이나 청년기에 말이 없었다.
할 말을 못하고 살아서 그런지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말을 필요로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것은 기쁨인가, 슬픔인가? 알 수 없지만
나는 이번 여행에서도 너무 많은 말을 세상에 토해냈다.
그 말 중에 쓸 말도 있지만 쓸데없는 말도 있었으리라,
장자는 <말을 한다는 것은>이라는 말은 통해 다음과 같은
해답을 주고 있다.
“말은 새끼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와 다르다고 하는데,
정말 다른 것일까, 다르지 않는 것일까.
도道가 무엇에 가리어 참과 거짓의 분별이 생긴 것일까?
참말은 무엇에 가리어 옳고 그름의 차이가 생긴 것일까?
도가 어디로 사라지고 없어진 걸까?
참말이 어디에 있기에 제 구실을 못하는가?
도는 자질구레한 이름에 가리고, 참말은 현란한 말장난에 가리었다.
그리하여 유가儒家와 묵가墨家가 시비를 다투어,
한쪽에서 옳다 하면 다른 쪽에서 그르다 하고,
한쪽에서 그르다 하면 한쪽에서 옳다 하는 것이다.
이들이 그르다 하는 것을 옳다 하고,
이들이 옳다 하는 것을 그르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이들의 옳고 그름을 초월하여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밝음이 있어야 한다.“
어떤 말이 유용하고, 어떤 말이 필요치 않은 말일까?
독일의 작가 괴테는
“사람을 가장 감동시키는 것은
그의 가슴속에서 나오는 말이다.” 라고 일갈했는데,
그렇게 진실 된 말을 하기도 듣기도 어려운 것이 현대인들의 삶인데,
사실 마음속에서 작은 욕심이나 집착만 비우면 그렇게 사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러한 말을 한 것은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의 기쁨이 넘치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복음 15장 11절>에 실려 있는 글이다.
이와 같이 기쁨과 행복이 충만한 말,
그런 말을 서로 나누고 공유하며 사는 인생이
지금 나에게 그대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서로 배우고 토닥여 주는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그런 삶이야말로 우리가 꿈꾸고 갈망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병신년 오월 열엿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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