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자료 모음

강원도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지나 동아실계곡을 걷는다.

산중산담 2016. 7. 18. 15:15

 

강원도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지나 동아실계곡을 걷는다.

 

 

언제나 가서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이 아름다워지는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이 바로 고상하고 잘 생긴 신사들이 우뚝우뚝 서 있는 풍경을 자아내는 원대리 자작나무 숲과 동아실 계곡입니다.

자작나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로 쓴 사람이 로버트 프루스트입니다. 그는 <자작나무>라는 시에서 인생과 숲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인생이 정말 길 없는 숲 같아서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얼얼하고 근지러울 때

그리고 작은 가시가 눈을 때려

한쪽 눈에서 눈물이 날 때면

더욱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이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와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는 이어서 <눈 내리는 숲>이라는 시에서 길과 숲을 다음과 같이 조화롭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눈 내리는 숲가에 멈춰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이게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도 같다.

하기야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고

내가 여기 멈춰서 있는 걸 그는 모를 것이다.

 

내 조랑말은 농가 하나 안 보이는 곳에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밤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이렇게 멈춰서 있는 걸 이상히 여길 것이다.

 

무슨 착오라도 일으킨 게 아니냐는 듯

말은 목방울을 흔들어 본다.

방울 소리 외에는 솔솔 부는 바람과

솜처럼 부드럽게 눈 내리는 소리 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잠자기 전에 몇십 리를 더 가야 한다.

잠자기 전에 몇십 리를 더 가야 한다..

 

눈부신 흰 살을 드러내며 늘씬하게 뻗은 나무들이 그려내는 겨울동화같은 장면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그곳이 바로 강원도 인제군의 원대리 자작나무 숲입니다.

지나간 날의 추억들을 회고하면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자작나무>를 떠올리며 걷는 길을 걷다가 보면 곱고 흰 피부에 쭉 뻑은 자작나무들이 마치 한 무리의 새떼들이 군무를 펼치듯 서 있을 것입니다.

 

자작나무는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기 때문에 가구를 만들기에 좋다. 하얗고 윤이 나는 껍질은 불이 잘 붙어 불쏘시개로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자작나무라는 이름도 자작자작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붙여진 것입니다. 또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 그의 표피는 예로부터 종이 대용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적는 데 썼습니다.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일부도 자작나무라고 알려졌고, 경주 천마총 말안장을 장식한 천마도의 재료도 자작나무 껍질입니다. 중국의 흑룡강성에서 만주리까지 가는 도중에 만나는 자작나무 숲이나 러시아의 자작나무보다는 못하지만, 언제나 가도 인생의 비밀을 조금쯤 알 수 있을 것처럼 나뭇잎들이 속삭이듯 말을 건네는 자작나무 숲이 여름의 절정에서 나그네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제군 남면 남전교에서 동쪽으로 약 1떨어진 지점부터 4에 걸쳐 동아실까지 흐르는 계곡을 남전 계곡, 또는 동아실 계곡이라고 부릅니다. 오지 중에서도 오지로 민가가 없고 숲이 우거지며 맑은 물이 굽이굽이 흘러 기암절벽 아래에 소()를 만드는 그 길을 걷고 돌아올 하루 여정에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