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재주가 서로 큰 차이가 있는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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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예전에 쓴 글을 다시 볼 때가 있다.
3년 전, 그러니까 세월이 사건이 나서 나라가 시끄러웠던 2014년 5월에
나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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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치는 간단하다. 저마다 자기가 가진 재주로 저마다의 일을 잘 하면
잘 못될 것이 없다.
세월호 사건도 그렇다. 사주는 사주의 역할을 잘 하고, 선장은 선장의 역할,
감독관청은 감독관청의 일을 잘 하고,
해경은 해경의 역할, 장차관은 장차관의 역할, 선생은 선생의 역할,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들의 역할, 대통령은 대통령의 역할,
저마다 다 자기에게 맡겨진 일들만 잘 했으면 그런 사고가 날 리가 없고,
설령 일이 터져도 수습하지 못할 리가 없다.
그런데, 자기의 직분을 망각했거나, 자기의 분수를 넘는 일을 하다가 보니
알지도 못하고 허둥지둥하고, 그러다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되고,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채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천문학적인 국고 혈세를 퍼부어야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이 다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동쪽 마을에 사는 사람이 부휴자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사람의 재주는 서로 큰 차이가 없다고 하던데 정말 그렇습니까?”
부휴자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지요. 옛사람이 이르기를, ‘얼굴이 서로 다르듯이 사람의 마음도 같지 않다.‘고 했지요. 사람만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천지간에 온갖 사물들은 소리가 제각기 다르고 그 색과 향기와 맛과 냄새가 역시 각기 다르지요, 꽃이 붉지만 그 붉은 빛이 각기 다르고, 나뭇잎이 푸르지만 그 푸린 빛 역시 다르지요
채소가 향긋하고 연하지만, 향긋하고 연한 정도가 각기 다르고, 과일이 달거나 시지만 단맛과 신맛이 각기 다르지요,
날짐승과 들짐승의 고기나 비늘 있는 생선이나 그 맛을 다 같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꽃이나 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은 그 심는 시기를 잘 맞추고 무성한 가지들을 제거하고 물을 잘 주니 결실을 잘 맺지 않을 리 없겠지요. 또 음식을 조리하는 자는 간을 잘 맞추고 감미료?? 잘 고르며 향료를 보태리니, 그런 다음에야 맛이 제각기 알맞게 될 것입니다.
사람도 이와 무엇이 다르겠소. 큰 성인인 사람이 있고, 큰 현자가 있으며, 그 다음 현자가 있고, 군자라 부를 만한 사람이 있으며, 중간 정도의 재질을 가진 사람이 있고, 평범한 사람이 있고, 매우 우둔하여 개선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듯이, 사람의 性성은 같지 않은 법이지요. 일 년을 설계하는 자도 잇고, 한 달을 설계하는 자도 있고, 하루를 설계하는 자도 있지요, 또 하루도 설계하지 못하는 자가 있습니다. 이렇듯 그 재주와 재능이 같지 않은 법입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 재주와 그릇의 크고 작음을 알아서 큰 사람은 큰 임무를 내리고, 작은 사람은 작은 임무를 내려 각기 그 직책에 맞게 한 후라야 일이 어긋나지 않고 바르게 되겠지요, 만약 적당하지 않은 사람에게 임무를 맡기거나 알맞은 임무가 아닌 것을 하라고 한다면, 흑과 백이 뒤섞이고 모자를 발에 쓰고 신발을 머리에 쓰는 꼴이 되겠지요. 그러면 나라가 제대로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하니 사람의 재주가 서로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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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 때의 풍류객이자 문장가인 성현의 <부휴자 담론>에 실린 글이다.
사람과 사람의 차이가 백지장 한 장 차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백지장 한 장의 차이가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는 사람들을 많이 겪어봐야 안다.
저마다 다른 재주를 가진 사람들을 저마다에게 맞는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 맡겨진 일을 책임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른 세상으로 가는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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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오월 스무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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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로부터 3년이 지났고, 무능한 정부가 물러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세월호 사건은 끝나지 않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5,18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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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아, 너만 가지, 사람은 왜 데려가니,
가는 줄 모르고 가버린 세월.“ 옛 사람의 노래 속에 등장하는 세월
그 세월을 노래한 배의 이름이 문제였기 때문일까?
가끔씩 생각하면 그 날의 총체적인 부실이 가슴이 아프게 쓰리다.
능력 있고, 도덕성이 투철한 사람을 제 자리에 제대로 쓰는 것,
그것이 새 정부,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첫 번째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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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9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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