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4

마음으로 모시고,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

산중산담 2017. 11. 22. 17:12

 

마음으로 모시고,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

 

수운 최제우로부터 법통을 이어받은 해월 최시형 선생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뒤

온 나라를 숨어서 다니면서 포교를 그치지 않았다.

1875년 정선 지방을 순회하며 법설을 하던 해월 선생이

무은담霧隱潭에 있는 유인상의 집에 도착했다.

그 때 그곳에서는 제사를 지내기 위해 소를 잡고,

각종 음식물을 준비하느라 난리가 아니었다.

그 광경을 지켜 본 해월이 제사의 본래 의미보다는

형식과 명분을 중시하는 데서 오는 폐해를 보고서

간소하면서도 실제적인 제사의 규범, 즉 제상 뒤에다 위패를 모시지 않고,

내 앞에 위패를 모시는 향아설위向我設位로 제사를 지내라고 했는데,

그 때 그를 따르던 제자들과의 문답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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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호가 물었다.

나를 향하여 위패位牌를 베푸는 이치는 어떤 연고입니까?

해월이 대답했다.

나의 부모는 첫 조상으로부터 몇 만대에 이르도록 피를 이어 나에게 이른 것이오. 또 부모의 심령은 한울님으로부터 몇 만대를 이어 나에게 이른 것이니, 부모가 죽은 뒤에라도 혈기는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이오. 심령과 정신도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이니라. 그럼으로 제사를 받들고 위를 베푸는 것은 그 자손을 위하는 것이 본위이니. 평상시에 식사를 하듯이 위를 베푼 뒤, 지극한 정성을 다하여 심고하고 부모가 살아 계실 때의 교훈과 남기신 시업의 뜻을 생각하면서 맹세하는 것이 옳으리라.

방시학이 물었다.”

제사 지낼 때에 절하는 예는 어떻게 합니까?“

해월이 대답했다.

마음으로써 절하는 것이 옳으니라.”

제물 차리는 것과 상복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습니까?”

해월이 대답했다.

만 가지를 차려 벌려 놓은 것이 정성이 되는 것이 아니요, 다만 청수 한 그릇이라도 지극한 정성을 다하는 것이 옳으니라. 제사를 차릴 때에 값이 높고, 싼 것을 말하지 말고 물품이 많고 적은 것을 말하지 말라. 제사를 지낼 시기에 이르러 흉한 벗을 보지 말고, 음란한 소리를 듣지 말고, 나쁜 말을 하지 말고 싸움을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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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맑은 물(淸水) 한 그릇을 떠놓고 제상을 차리는,

제사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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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일체 의식에 청수 한 그릇만 사용하라.

그 설질이 맑고 움직이는 것이며, 또 어느 곳에나 있지 않은 곳이 없는지라.

참으로 만물의 근원이라 이를 것이니, 내 이로서 의식의 표준을 정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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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일인에도 옳은 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살아서는 효도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부모가 죽은 뒤에 자신과 후손들의 발 복을 위해,

거금의 돈을 주고서 묘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뿐만 아니라 형식에만 그쳐서

상차림을 호화롭게 차리기 위해 그나마 없는 살림살이를

축내는 그 폐단을 해월 선생은 고치고자 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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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삿된 마음이 없이

맑은 마음으로 청수, 즉 맑은 물 한 그릇 떠놓고 지내는 제사가 좋지,

남들의 평가를 기대하고서 산해진미를 차려 놓은 들, 어떤 조상이,

어떤 귀신이 그러한 상차림을 기뻐하고 복을 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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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중요하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세상을 사는 것도 맑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때 떳떳하지,

아무리 흐리고 탁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흐린 마음, 얄팍한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어디 마음이 편할 날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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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나를 깨닫고, 나를 위하여 살되, 그것이 나도 위하지만

세상을 위하는 것일 때 나도 기쁘고 세상도 이익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월 선생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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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구하지 말고 나를 닦으라.’ 한 것도 나요, ‘내 마음을 그 땅에 보내라.’ 한 것도 나요. ‘내 마음의 맑고 밝음을 돌아보라.’ 한 것도 나요. ‘내 몸의 화생化生 한 것을 헤아리라.’ 한 것도 나요, ‘말하고자 하나 넓어서 말하기 어렵다.’ 한 것도 나요, ‘이치가 주고받는데 아득하다.’ 한 것도 나요, ‘내가 나를 위하는 것이요, 다른 것이 아니다,’ 한 것도 나요, ‘나의 믿음이 한결 같은가 헤아리라,’ 한 것도 나니, 나 밖에 어찌 다른 한울이 있겠느냐,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사람은 한울 사람이라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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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일깨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것,

걸으면서 만나는 모든 사물들에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가는 것,

그 것이 이 땅에서 우리가 견지하고 살아가야할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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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3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