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4

욕지도에서 길을 잃고, 연화도에서 가을비를 맞다.,

산중산담 2017. 11. 22. 17:10

 

욕지도에서 길을 잃고, 연화도에서 가을비를 맞다.,

인생 백 년 동안에 장건壯健 한 때는 많지 않다.

한 봄 동안에 며칠이나 맑고 밝은 날씨일 수 있을까

백낙천의 글이다.

이미 오래 전에 백낙천이 한말인데, 세상의 풍파가 수없이 지난 지금도

그의 말은 유효하다.

하늘에 인공위성을 띄워서 일기예보를 맞히는 시대인데도

며칠간의 날씨를 알아맞히지 못하고 오보를 전하는 것이나

사람의 마음이 시시각각 변하여

햇살이 나는가 싶더니 먹장구름이 밀려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이

천지 속에 한 점인 하나의 사물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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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를 주재하는 절대자도 알지 못하는 세상의 일,

그런데 한낱 인간이 어떻게 날씨의 조화를 예측하겠는가?

푸르고 푸른 한려수도를 예상하고 떠난 통영 욕지도와 연화도 기행이

첫날은 그런대로 구름 속에 진행되었지만, 일요일은

게으른 사람 낮잠 자기 좋을 만큼 내리다가 말고 또 내리는 비속에

걷고 또 걸으면서도 어딘가 불안함속에 진행되었다고 할까?

아무것도 모르던 옛 시절에는 날씨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았는데,

요즈음 어딘가 걱정스러운 것이 많아졌음은 내가 조심성이 많아져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세월이라는 것이 켜켜이 쌓여가는 징조일까?

알 수 없다. 욕지도에서도 그랬다.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추정하고 걸어간 바닷가 길,

조금은 난감했던 그 길에서 돌아 나오며

다시 한 번 의 의미를 가슴 여미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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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다른 데 있는 사람은 자기가 늘 거닐고 있는 길을,

똑 같은 수의 걸음으로 거의 한 치의 차도 없이 걸어갈 것이다.

그러나 만일 거기서 재어보고 헤아려 보고하며 주위를 기울이면,

평상 시 아무렇게나 할 때는 잘 되던 일도,

정확히 맞지 않는 다는 것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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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의 말과 같이 내가 가끔씩 그런 순간에 봉착할 때가 있다.

생각과 현실이 다를 때그런 때가 있다.

분명 내 눈과 마음속에선 길이 보이는데,

가서 보면 그 길이 금세 끊어지고 사라지면서 가시덤불만 어른거린다.

내 예측이 틀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씩 내 예상이 적중했을 때도 있다.,

그때 느끼는 나 자신에 대한 긍정 내지는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측은지심과는 다른

비애悲哀,

그것이 나를 지금껏 이 땅을 떠돌게 만든 원동력이자

거부조차 할 수 없는 이정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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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세상의 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

길은 이어지다가도 금세 끊어지고,

가끔씩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

밝은 대낮도 아닌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총총히 빛나는 별들 사이로 나 있는 길도 아닌

그 길일지라도 믿고 나아가자,

그 길,

어쩌면 길도 아닌 그 길을 가다가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지라도,

가자, 그 길을 걸어가자.

돌아가는 것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하고 중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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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6,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