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나의 유일한 휴가인 여름걷기 학교,
온 나라 사람들이 ‘휴가休暇’를 가고 그 휴가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온통 나라의 언론매체를 수놓고 있다.
대통령에서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가는 휴가!
그렇다면 직장한 번 갖지 않고 보낸 나에게도
휴가라는 것이 있기는 있었던가?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보니 매주 매주가 휴가일 수도 있고,
매주 매주가 일의 연장일 수도 있지만
나의 진정한 휴가는 1986년 여름부터 시작된
여름 걷기 학교가 ‘유일한 휴가’였다.
오래 전에 작고한 박봉우시인과, 안도현, 박남준 시인을 비롯
전주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시인들과 함께 열었던 제 1회 시인캠프가
그 다음해에는 김용택, 도종환, 김준태 시인이 함께 하였고,
1989년에는 여름 문화마당으로 이름이 바뀌어서 진행되었다.
그렇게 이어지던 여름문화마당을
2005년에는 여름 걷기학교로 변경한 채 이어져 32년째를 이어 온 여름휴가가
2017년 올해는 지리산을 휘돌아가면서 걷는 지리산 걷기로 계획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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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과 구례, 하동과 산청, 그리고 함양지역의 지리산 자락을 돌아다니며
길을 걷기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지리산에 자취를 남긴 역사속의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진행될 2017년의 여름 걷기 학교에서
나도 그렇지만 우리 땅 도반들이
어린아이처럼 놀고 경탄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아이처럼 놀아야 하는데, 어린아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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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다가
내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고린도전서 13장 11절과 같이, 어린아이는 말 그대로 순수함 그대로다.
그런데 나이를 들어가면서 그 순수함이 안개가 사라지듯 점차 사리지는 것이다.
잃어버려서 슬프지만 행복했던 그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서
자연 속에 노닐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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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남자 속에는 어린애가 감추어져 있다.
이 감추어져 있는 어린애가 유희를 하고 싶어 한다.
자, 여자들이여. 남자 속에 숨어 있는
어린애를 발견해 내도록 하라.”
니체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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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바라볼 때면
내 가슴 언제나 설레었다.
나 어렸을 때도 그러하였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거니,
나 늙어진 다음에도 제발 그러하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옵나니, 내 목숨의 하루하루여.
천성의 자비로 맺어지거라.“
워즈워스 <무지개>라는 시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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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야말로 모든 어른의 아버지,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들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루가복음 1장 30의 말씀처럼
우리 모두가 지리산에서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걷고, 느끼고 그래서 자연이 되어 보내는 그러한 시간들이
허락되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이 시간,
문득 어서 지리산으로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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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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