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추억의 여행가방을 채우기 위해 떠나고 또 떠나는 것,

산중산담 2017. 11. 23. 12:23

 

추억의 여행가방을 채우기 위해 떠나고 또 떠나는 것,

서른두 번째, 그렇다.

서른두 번째 여름 행사를 마치고

돌아와 가만히 누워 있었고,

그리고, 이 아침에 지나간 시간을 회고해보니

참으로 길고 긴 나날이 흘렀고,

계속되었음을 안다.

1986년 그 암흑의 시절, 처음 시작했던 여름 행사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치르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마음의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와 후회와 회한들이 내 인생에 풍부한 자양분으로 전이 되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행사는 항상 끝내고 나면

많은 시행착오를 발견하고, 그래서 가끔씩 마음이 편치 않다.

마음이 편안하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사물들과 격을 좁히려

시작한 행사이건만 생각과 실천사이는 언제나 너무 간극이 넓다.

모든 것이 지나가면서 추억이 되는 것이지만

그 추억들이 항상 아름답고, 기억하고픈 추억이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

그것 역시 인간에게 부여된 숙명이 아닐까?

당신이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것을 소유하라.

언어를 알라. 나라를 알라, 사람을 알라,

그리고 당신의 추억을 당신의 여행 가방으로 만들어라.”

솔제니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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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마음속에 쌓아두고

가끔씩 꺼내어 이렇게 저렇게 유추해볼 수 있는 추억,

그 추억이 부질없는 추억이거나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그 것들이 추억이 되는 그 경이를 위해서라도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는 여름행사를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인데?

추억의 보따리를 꾸려나간다 해도 아무 소용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에게도 쓸모없는 것이 될지도 모를 추억을, 나는 지금 꾸리고 있다.”

생텍쥐페리가 <전시조종사>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나는 지금 떠났다가 돌아와 다시 짐을 꾸린다.

가자, 어딘가 모를 그곳으로,


201787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