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아무 것도 못하는 자의 비애,

산중산담 2018. 4. 26. 20:57

 

아무 것도 못하는 자의 비애,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저마다 한 가지 씩 잘 하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은 놀기를 잘하고, 어떤 사람은 바둑을 잘 두고,

어떤 사람은 음식을 잘 만들고, 그림을 잘 그리고, 글을 잘 쓰고,

그리고 또, 등등 잘하는 것들이 많은데,

어느 것 하나 못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조선 후기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세도가 당당했던 사람이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 대원군이었다.

어느 하루 흥선대원군이 석파정에서 묵고 있는데,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었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그렇다고 달리 할 일이 없어

무료하게 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고 있던 중에

어떤 사람이 정자 앞 삼계 개울을 건너가고 있었다.

흥선대원군은 상노上奴를 시켜

그 사람을 석파정으로 불러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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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대원군이 그에게 물었다.

어디 사는 뉘십니까?”

저 아래 마을에 사는 정가라고 합니다.”

지금 나이가 얼마나 되었소?”

아직 환갑이 안 되었습니다.”

바둑은 둘 줄 알겠구먼.”

못 둡니다.”

그러면 장기는 둘 줄 아시오?”

장기도 못 둡니다.”

그러면 고누는 둘 줄 아시오?”

그것도 둘 줄 모릅니다.”

실망한 대원군은 말했다.

그러면 어서 가시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심심할 때

누군가가 찾아오기를 갈망하는 그 때,

그가 그리던 사람이 찾아오면 금상첨화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다른 사람이라도 찾아온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그런데, 마음먹고 불러온 사람이 이도저도 아닌 사람 일 때

얼마나 실망이 클까?

대원군과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마다 한 마디 했다고 한다.

그 때 바둑이나 장기나 고누거나 간에 무엇이든 둘 줄 알아서

대원군의 무료함을 달래주었더라면

첨지 벼슬쯤은 내렸을지도 모른다.‘,

바쁘게 사는 데도 사는 것이 가끔씩 심심할 때가 있다.

나이 들수록 더 그럴 것이다.

그 때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마음공부를 해야 심심한 세상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201819,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