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5

지나간 역사에서 배우는 것들,

산중산담 2018. 4. 26. 20:58

 

지나간 역사에서 배우는 것들,

기축옥사의 주인공 정여립을 내세운 길이 있습니다.

황방산 서쪽, 혁신도시의 가장 동쪽에 자리 잡은 길,

그 길이 바로 <정여립 로>입니다.

조선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인 기축옥사,

기묘, 을사, 무오, 갑자, 네 번의 사화보다 더 많은 1천여 명의 사람들이

죽고 희생되었으며, 동서 양당이 서로 죽이고 죽는

싸움터의 시초가 된 사건이 기축옥사입니다,

정여립 사건이라고도 부르는 기축옥사는

호남차별의 분수령이 되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한 사건입니다.

그 사건의 주모자인 정여립을 위한 길이 만들어진 것은 그가 죽은 지,

430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그 길에 정여립을 위한 동상을 세울 준비를 하는 때,

송강 정철을 주제로 한 방송이 만들어져 한 마디 증언 하였습니다.

송강 정철만큼 파란곡절의 생애를 살다간 사람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그는 특히 할 말이 있으면 반드시 입 밖에 내야 하고 사람의 허물을 보면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조금의 용서함도 없었으며화를 산같이 입더라도 앞장서 싸우기를 불사하였다.

그러한 정철의 성격상 정치가로서의 삶은 파란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으며, 기축옥사에서 행한 정철의 행위는 엄정한 법 집행이 아니라 사적 감정의 표출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로 인하여 정철은 정적들로부터 동인백정東人白丁’ ‘간철독철등의 칭호를 얻었고, 기축옥사로 인하여 멸문지화를 당하여 원한이 깊었던 호남 사림 집안(남평의 이발, 화순의 조대중, 무안의 정개청)에서는 아낙네들이 도마에 고기를 놓고 다질 때마다 반드시 증철이 좃아라 증철이 좃아라’.... 혹은 철철철철하고 허탕지거리로 중얼거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그 집안 아낙네들의 단순한 입버릇이 아니라 송강 정철을 미워하는 주술이었고, 400여년 간을 대물림해온 가풍이었다고 한다.

또한 송기숙 선생의 말에 의하면 송강의 방손댁 딸이 이발의 방손댁으로 출가를 하였다. 그 집안에서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고기를 다질 때는 으래 그런 군소리를 내며 칼자루 장단을 맞추다 보니 새댁 또한 멋모르고 그 소리를 무심결에 따라 하게 되었다.

그 광경을 바라본 시아버지가 하도 딱해서 며느리에게 아가, 너는 고기 다질 때 그런 소리를 해서는 아니되느리라.”하고 타일렀다고 한다.

이처럼 당쟁사상 첫 번째 역옥인 기축옥사를 조종하여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정철은, 3백여 년 간의 피비린내 나는 당쟁시대를 열었던 장본인이었는데도, 서인들로부터 성혼이나 율곡 다음으로 숭앙을 받았다.

정철은 가사문학에 뛰어난 업적을 남겨 <관동별곡>, <성산별곡>, <속미인곡>, <사미인곡> 4편의 가사와 시조 107수가 전한다. 시조는 송강별집추록유사 松江別集追錄遺詞2<주문답 酒問答> 3, <훈민가> 16, <단가잡편 短歌雜篇>, 32, <성은가 聖恩歌> 2, <속전지연가 俗傳紙鳶歌> 1, <서하당벽오가 棲霞堂碧悟歌> 1, <장진주사 將進酒辭> 등이 실려 있다.

상당히 중복되기는 하나 성주본星州本과 이선본李選本 송강가사 松江歌辭에도 많은 창작시조가 실려 있다.

저서로는 시문집인 송강집과 시가 작품집인 송강가사가 있다.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한국문학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그는 강원감사로 재직할 때는 <훈민곡>을 지어 백성들로 하여금 부르게 하기도 했다.

이학사에서 발간한 신정일 저, <한국사, 그 변혁을 꿈꾼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이 태어나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생을 마감합니다.

그 살아가는 동안 이 일 저 일을 하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만나고 삽니다.

그런데,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다 다릅니다.

특히 유장하게 흐르는 장대한 역사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4,5백 년 전을 살았던 정철과 정여립을 두고, 지금도 여러 말이 나오는 것은

그 사람들이 살아간 그 행적들이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삶에

이렇게 저렇게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이래, 저래, 한 세상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2018110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