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6

‘멀리 구하지 말고 나를 닦으라.’

산중산담 2018. 4. 27. 13:32


‘멀리 구하지 말고 나를 닦으라.’


 

자다가 일어나 해월선생의 말씀을 읽는다.

오래 전, 백 오십년도 훨씬 이전에 수운 최제우에게

도를 전수받고, 그 도를 널리 펴다가 비운의 생을 마감한 해월 최시형,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먼 기억 속의 할아버지 같기도 하고,

우리네 먼 친척 같은 초라하고 남루하기 이루 말할 데 없는

사진 속의 그 분, 해월 최시형,

 

이두황이 해월 최시형 선생에게 물었다.

사람의 도 닦는 것이 마음 닦기를 주로 하나

마음을 닦는 데는 재난과 고통이 많으므로

능히 마음을 닦을 수 없사오니, 어떻게 닦는 것이 옳습니까?

해월이 대답했다.

사람이 평생을 고생이라고 생각하면 고생 아닌 일이 없고,

낙으로 생각하면 낙이 아닌 것이 없나니,

고생이 있을 때에는 안락한 것을 돌이켜 생각할 것이니라.

만사를 성취하기는 정성에 있나니,

정성을 지극히 하는 마음에는 고생 아닌 것이 없느니라.”

 

만사가 고생 아닌 것이 없고, 만사가 즐거움 아닌 것이 없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삶은 어떤 형태로든 지속된다는 것이고,

그 삶의 굽이굽이에서 사람들은 순간순간 그 삶을 원망도 하고,

가끔씩은 그만두고자 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어정쩡하게 살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이 새벽에 선생이 나에게 나직하게 말한다.

 

“‘멀리 구하지 말고 나를 닦으라.’ 한 것도 나요,

내 마음을 그 땅에 보내라한 것도 나요,

내 마음의 밝고 밝음을 돌아보라한 것도 나요,

내 몸의 화생한 것을 헤아리라.’ 한 것도 나요,

말하고자 하나 넓어서 말하기 어렵다.’고 한 것도 나요,

이치가 주고받는데 아득하다.’ 한 것도 나요,

내가 나를 위하는 것이요, 다른 것이 아니다.’ 한 것도 나요,

나의 믿음이 한결 같은가 헤아리라.’ 한 것도 나이니,

밖에 어찌 다른 한울이 있겠느냐. 그러므로 말씀하시기를,’

사람은 한울 사람이라하신 것이니라.”

최시형 <수도법>에 실린 글이다.

 

그렇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그래서 삶의 기로에서 일어난 모든 것은

그 누구의 탓이 아니고 내 탓이라는 것이다.

 

잘살고, 못 살고가 아니라, 살아있다는 사실이 그러할 진대,

내가 어느 날 돌아간 다음에 남을 내 흔적 역시,

그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변하여 화하고, 화하여 나고, 나서 성하고,

성하였다가 다시 원소로 돌아가나니,

움직이면 사는 것이요.

고요하면 죽는 것이다.”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이

가슴 깊숙한 곳으로

물방울처럼 똑똑 떨어져 스며드는 이 새벽,

나는 지금 움직이고 있는가,

고요 속에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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