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날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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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간다. 아니 인생이 새어나간다.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디로 가는지,
그 시간의 바다에서 내 역할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시간이 가는 것을
눈 뜬 장님처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꿈이 있었고, 그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걸어왔으며,
그 꿈을 조금은 이룬 것 같은데,
다시 돌아보면 허망함만 남아 있는 시간 속에서
가끔씩 길을 잃고서 가는 시간을 그저 관조하듯 바라볼 때가 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는 누구이고, 그대 또한 누구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에 대비하기 위해 인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을 세우지만, 그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손실을 뒤로 미루는 것입니다. 뒤로 미루는 것은 다가오는 하루하루를 앗아가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약속하며 현재를 낚아채가는 것입니다. 기대期待라는 내일에 매달리다가 오늘을 놓쳐버리는 것이니 기대는 인생에 큰 장애물인 셈입니다.
운명의 여신의 수중에 있는 것을 탐내다가 자신의 수중에 있는 것을 놓치는 것입니다.
그대는 지금 무엇을 원화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습니까? 미래는 모두 불확실한 것입니다. 현재를 살아야 합니다.
보십시오, 가장 위대한 시인(베르길리우스, 농경 시)이 소리치며, 마치 신의 목소리에 영감을 얻은 듯 구원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인생의 가장 놓은 날이 가련한 인간에게서 언제나 맨 먼저 도망가노라.”
“뭘 망설이는가?” 라고 그는 말하고 있습니다. “뭘 꾸물대는가?” 그대가 붙잡지 않는다면 인생의 좋은 날은 도망가리라.“ 붙잡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도망갈 것입니다. 시간의 재빠름에 시간을 이용하는 속도로 맞서야 하며, 언제 그칠지 모르는 급류에서 물을 떠마시듯 해야 합니다.
시인은 ‘가장 좋은 나이’라고 하지 않고 ‘가장 좋은 날’ 이라고 말하면서 한없이 뒤로 미루는 것을 점잖게 나무라고 있습니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가는데, 그대는 어찌 그리 태평스럽게 느긋하게 달과 해를 욕심껏 앞에다 길게 늘어놓는다는 말입니까? 시인은 그대에게 날에 관해, 그것도 도망가고 있는 날에 관해 말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가련한 인간들, 말하자면 ‘매순간이 분주한 자들에게 가장 좋은 날이 맨 먼저 도망간다.‘ 는 것을 의심할만한 근거라도 있습니까? 노년이 그들을 덮칠 때 그들의 마음은 여전히 소년입니다. 그들은 준비도 없이 무장도 하지 않은 채 노년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아무런 대비도 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노년이 되어버렸으니, 노년이 날마다 소리 소문도 없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여행을 하는 사람이 길에서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골똘하게 무엇을 생각하다가 어느 새 목적지에 도착한 것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자나 깨나 똑 같은 속도로 간단없이 계속되는 더없이 빠른 인생 여정이 끝나는 것을 바쁜 사람들은 그 끝 무렵에야 알아차리게 되는 것입니다. “
세네카의 <가장 좋은 날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라는 글이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이고, 소름끼치는 일인가?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다가 죽음이라는 불청객으로부터 거부권을 행사하지도 못하고 초대를 받는다.
“어서 오라?
그대가 와야 할 곳은 여기 뿐,
퇴로는 어디에도 없다. 길은 막혀 있다.“
어떻게 할까?
남은 생애, 남은 시간을 금이야! 옥이야!
하고 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시간은 자꾸 움쳐 쥔 두 손에서 모래알이 새어나가듯
사라져 가고 있는데,
2018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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