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그리운 제주,
혼자서 어딘가를 간다는 것이 아주 흔한 일이다. 그런데, 제주도를 혼자서 가는 것은 벌써 오래전 일이었다. 실업자가 되어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고난 속에 한 시절을 보냈던 제주도를 찾았던 때가 1987년 가을이었다.
그때 혼자서 완도에서 배를 타고 네 시간 쯤 걸려 건넜던 제주 해협을 오늘 열시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면 1시간 5분에 도착할 것이다.
제주에서 표선으로 가고, 그리고 사흘을 보내고
토요일이면 다시 귀로에 오를 제주,
한라산을 지붕 삼아 펼쳐져 있는 제주도를 일컬어 ‘삼다三多’. ‘삼무三無’의 섬이라고 한다. 제주도가 특히 돌이 많고, 바람이 많고, 여자가 많다고 해서 ‘삼다의 섬’이라고 부르는데, 그 세 가지가 다 등장하는 제주 민요가 있다.
“오름의 돌과 지세어멍은, 굴러다니다가도 살도리 난다. 남의 첩과 소나무 바람은, 소린 나도 살 도리 없다. 번드번듯 반하꽃은 , 하루 피어 없어나 진다.”
정절이 곧고 집안일을 착실하게 잘 하는 여자를 일컬어 ‘지세어멍’이라고 부르고 한라산의 기생화산에 놓여있는 돌을 첩이라고 비유한 노래다.
또 제주에는 대문이 없고, 거지가 없고, 도둑이 없다고 해서 ‘삼무의 섬’으로 불리고 있다.
“마을에는 도둑이 없다. 우마나 농기구, 곡물 등을 들에 방치하여도 집어가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혹 벽을 뚫고 담장을 넘는 자가 있어서 잡히면 백성들은 그를 죽여야 된다고 생각을 하므로 도둑 역시 스스로 죽게 됨을 안다.”
제주목사를 지냈던 이형상李衡祥이 지은 <남환박물>에 실린 글과 같이 제주도는 도둑이 없었다. 이는 사면이 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는 특수성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전대미문의 사건이 성산포 부근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말도 많지만, 걷기문화를 확산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제주 올레가 한층 더 올라서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는다.
돌이 많고 바람이 많은 제주도의 바람을 두고 어느 시인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바람은 방향도 없고 그 방향은 몇 백 번이나 바뀐다. 그 바람은 제주도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제주도를 사나운 짐승으로 만든다.”
여름 제주도, 여기저기를 다니며 눅눅하지 않은, 그래서 가슴이 서늘해지는 그 바람을 맞고 돌아오리라 마음먹는다.
제주, 그 제주를 간다는 것 자체부터가 나를 설레게 해야 하는데, 마음이 큰 바위가 얹은 것처럼 편치 않은 것은 그 무슨 까닭인지,
임진년 칠월 스무엿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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