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무공원에서의 하룻밤
어제는 표선의 해비치 6219호에서 묵고 오늘은 제주시에서 묵는다.
오늘 밤 묵는 곳은 군대를 갓 제대한 1978년 3월부터 2000년 9월까지
내 청춘의 시절 2년 반이라는 시절을 고스란히 보냈던
삼무공원 아래 리치모텔이다.
들어오면서 보니 2003년 에 준공된 건물,
잠시 돌아보니 많이도 변했다. 어쩌면 내가 살았던 곳을 허물고 이 건물이 들어섰는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에서 최초의 자취를 시작했던 곳,
고전음악을 듣기 위해 최초로 전축을 샀던 곳,
그리고 조금 여유를 찾고서 제주도를 떠도는 근거지였던 곳,
인생이라는 것이 이렇게 회고와 반복, 그런 것들로 이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나는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 섰었고,
과감이 그 이전과의 결별을 하고 새롭게 나를 일으켜 세우고자 했다.
그리고 그 계획의 200프로를 달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까지 뭍(육지)으로 나간 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속에서
나를 잃기도 하고 나를 찾기도 했던가?
길은 도처에 있었지만, 내가 가야할 길은 어둡고, 쓸쓸했다.
어디든 많지만 어디 한 곳도 녹록치 않던 그 길을
걷다가 다시 지쳐서 찾은 제주도 삼무공원 아래 추억의 공간,
그 소란하던 소리도 멎고
지금은 자판기 두드리는 소리만 요란한 시간,
그랬다. 낮에 지나간 기억을 더듬어 114에 물었다. 진두천, 최한성,
아무도 전화번호에 등제되어 있지 않았다.
저마다 빛 바랜 몸으로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지만
어딘가로 떠났을수도 있다는 그것이 약간은 서글펐다.
세월은 가고, 그리고 모든 사물도 가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런데도 나는 무엇인가를 지금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내가 너무 잘 아는 사람이 나를 기다리는 곳,
붉은 달빛보다 더 밝은 곳으로
가는 길을 비춘다" 라고 노래한 성 요한이 말한 것 같은 그러한 곳을,
부질없이, 부질없이,
임진년 칠월 스무여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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