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동학사, 마곡사, 갑사를 순례하는 사월 초파일 삼사기행을 떠납니다.
2022년의 사월 초파일 마곡사, 갑사, 동학사가 있는 공주로 삼사三寺기행을 떠납니다.
코로나 19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침체 된 마음에 오월의 푸른 산천과 격조 높은 우리나라 문화유산으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22년의 삼사기행을 실시합니다.
64년간 백제의 두번 째 도읍지였던 공주시에는 아름다운 공산성과, 무령왕릉을 비롯 문화유산들이 즐비하고, 백범 김구가 머물렀던 마곡사, 동학사, 갑사 등 불교문화재의 보고다. 동학농민혁명의 격전지인 우금치와 세세 천년을 흐르는 금강 변에 펼쳐진 이야기가 산재해 있다.
매월당 김시습의 자취가 서린 동학사
1700년 이곳 동학사를 찾았던 송상기는 동학사 문루에 앉아 다음 같은 글을 남겼다.
처음 골짜기 어귀로 들어서자 한 줄기 시내가 바위와 숲 사이로부터 쏟아져 나오는데, 때로는 거세게 부딪쳐 가볍게 내뿜고 때로는 낮게 깔려 졸졸 흐른다. 물빛이 푸르러 허공 같고 바위 빛도 푸르고 해쓱하여 사랑할 만하다. 좌우로 단풍과 푸르른 솔이 점을 찍은 것처럼 띄엄띄엄 흩어져 있어 마치 그림과 같다. 절에 들어서는데 계룡의 산봉우리들이 땅을 뽑은 양 가득하고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쭉 늘어서 때로는 짐승이 웅크린 듯 때로는 사람이 서 있는 듯하다.
절이 뭇 봉우리 사이에 있는 데다 보이는 곳의 흐름이 좁고 험하여 절 앞의 물이며 바위가 더욱 아름답다. 거꾸로 매달린 것은 작은 폭포고 물이 빙 돌아나가는 곳은 맑은 못이다.
하지만 이렇듯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절 동학사를 두고 숙종 때의 학자였던 남하정은《동소집》에 이렇게 썼다.
아침에 동학사를 찾았다. 동학사는 북쪽 기슭에 있는 옛 절인데 양쪽 봉우리에 바위가 층층으로 뛰어나고 산이 깊어 골짜기가 많으며 소나무와 단풍나무와 칠절목이 많았다. 지금은 절이 절반쯤 무너지고 중이 6~명뿐인데 그나마 몹시 상하고 추레하여 산중의 옛일을 물으니, “왕실의 부역으로 피폐하여 우리들 가운데 한두 해 이상을 머무는 이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아! 누가 승려들은 번뇌가 없다고 일컬었던가?
남하정의 글을 읽다 보면 예나 지금이나 세상은 불합리하고 흥망성쇠가 어디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가을이 아름다운 갑사,
‘추갑사(秋甲寺)’라는 명성만큼 가을 경치가 빼어나지만, 절의 초입에서부터 전 영역에 걸쳐 그윽하게 우거진 숲과 골짜기에서 바위를 비집고 흐르는 시냇물이 사시사철 아름다워 굳이 가을이 아니어도 가볼 만한 곳이다. 일주문을 지나면서 숲의 정취에 가슴이 서늘해지는 길을 걸어 계단을 오르면 처음 만나게 되는 건물이 조선 후기에 지어진 갑사 강당(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95호)이다. 앞면 3칸, 옆면 3칸의 다포식에 맞배지붕을 얹고 있다. 강당 정면에 세워진 대웅전(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05호)은 1.8미터의 화강암 기단을 쌓고 그 위에 덤벙 주초(기둥 밑에 받치는 돌)를 놓았다. 앞면 5칸에 옆면 3칸의 규모로 맞배지붕의 다포집이다. 동종(보물 제178호)도 빼놓지 않고 봐야 한다. 조선 선조 때인 1584년 국왕의 성수를 축원하는 기복(祈福)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종은 높이 131미터에 지름 91미터 크기로, 신라 종과 고려 종을 계승한 조선 시대 전반의 동종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이다.
봄이 아름다운 마곡사
마곡사는 대한민국 건국에 큰 공을 세운 백범 김구와도 인연이 깊다. 김구는 동학의 신도였다. 대한제국 말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가담한 일본인 장교를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나루에서 죽이고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탈옥한 뒤 승려로 위장한 채 마곡사에 숨어들었다. 이후 3년 동안 이 절에서 사미(沙彌)로 일했는데, 그때의 상황이《백범일지》상권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갑사에서 점심을 사 먹고 있었더니, 동학사로부터 와서 점심을 먹는 유산객 한 사람이 있었다. 인사를 하니 공주 사는 이서방이라 했다. 나이가 마흔이 넘은 선비로, 유산시를 들려주는데, 시로나 말로나 퍽 비관을 품고 있는 듯 했다. (중략)
이서방이 다정하게 내게 청했다.
“노형이 이왕 구경을 떠난 바에는 여기서 40여리를 가면 마곡사란 절이 있으니 그 절이나 같이 구령하고 가시는 것이 어떠하오.”
나는 마곡사란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라는 말이 있다. 봄 풍경은 꽃이 아름다운 마곡사가 좋고, 가을 풍경은 단풍이 아름다운 갑사가 좋다는 말이다.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공주, 부여>에서
사월 초파일 동학사, 갑사, 마곡사의 아름다움을 함께할 사람들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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