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사지나 해인사 가는 길에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까?,
오랫동안을 두고 좋아했던
영암사지를 간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이 때 만큼은 온갖 근심, 온갖 시름을 잊어야 하리라.
모산재 아래 고즈넉하게 펼쳐진 영암사지를 답사하고
합천댐을 지나서 가는 해인사 가는 길,
그 길을 가는 마음이 잊고 있었던 고향 가는 길과도 같이
그리움으로 설렐지도 모르겠다.
예나 지금이나 그리움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것,
그래서 인도로 가던 길에 남긴
혜초스님의 <왕오천척국전>에 실린 시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달밤에 고향 길의 하늘을 보니
뜬구름은 시원스레 흘러가누나.
소식적어 그 편에 부칠 수도 있으련만
빠른 바람결은 아랑곳도 않는구나.
내 나라 하늘은 먼 북쪽 끝
이곳은 남의 땅 서쪽 모퉁이
무더운 남방엔 기러기도 없으니.“
기러기 편에 소식을 전할 수도 없었던 떠도는 나그네 신세,
나 역시 그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기에
혜초스님의 시들이 애절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당신은 서번西蕃길이 멀다고 하나
나는 동쪽 길이 먼 것을 한탄하노라.
눈 쌓인 거친 고개, 고개 넘기도 어려운데,
험한 골짜기에는 도둑이 성하도다.
나는 새도 놀라 넘는 험한 묏부리
외나무다리 건너가면 진정 어려워
눈물 한 번 흘린 적이 평생 없는데,
오늘만은 천 갈래 눈물이 끊이질 않는구나.“
육십령을 넘지 않고서 육십령 터널을 지나고
그리고 여러 고개를 넘어
오갈 길,
그 길에서 나는 어떤 풍경을 보고 어떤 상념에 잠길 것인가?
임진년 동짓달 열닷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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