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모음글 정리

신정일(우리땅걷기)대표님 글 모음 1 - 0. 책2

산중산담 2013. 12. 15. 10:28

 

맛있는 음식을 급히 먹고, 훌륭한 경치를 급히 보며,  심각한 감정을 경박하게 나태내고, 아름다운 하루를 먹고 마시는 일에 바치며,
부富를 지나치게 즐긴다는 것은 신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다.“      임어당의 <자연의 즐거움>에 실린 글이다.

“큰 길은 푸른 하늘처럼 넓기만 한데 저만 홀로 나가지 못한다

 

내가 그대의 풍경이 될 때가 있고, / 그대가 나의 풍경이 될 때가 있다.

그 장소가 어느 곳이건 /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저마다 우주의 질서 속에서 / 한 역할을 다 하기 때문이다

 

오늘을 잘 사는 것,

그것이 중요한데, 이일, 저일 핑계 대는 순간 / 일생이 봄날의 꿈처럼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으니

 

그렇지만 어느 순간 길 가다가 다리 아프고 길이 멀어 막막할 때 길이 이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문득 다시 생각을 고쳐 먹습니다.
“인생에 걸어갈 길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삭막할까?“
그 순간, 길이 어찌 그리도 고마운지요, 지금이 그런 생각이 드는 시간입니다. 내일 다시 길 앞에 서면 펼쳐진 길에 머리 숙여 절이라도 올려야겠습니다.

 

이 세상의 어느 길이건 걷다가 보면 만나는 모든 사물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기하지 않은 것들이 없다.
얄팍한 머리나 좁은 가슴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지와 경탄의 대상이 잘 차려진 밥상처럼 펼쳐져 있는
세상의 모든 사물을 만나는 것이 바로 길이다

산중이라 꽃 피어도 보는 이 없어 저 혼자 시냇물에 그림자 드리웠네.
이 비 그치고 나면 아직 피지 못한 봄꽃들이 줄을 이어 피어나고 나뭇잎들이 무성하게 피어나서 바람결에 합창소리를 들려줄 것입니다

 

자신의 화분에 스스로 물을 주는 당신을 사랑하라.” “사랑은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가지고 싶은 만큼 무한하게 가질 수 있습니다. 당신은 무궁무진한 사랑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항상 사랑을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내 삶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 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저마다 사는 방법이 있고, 그 길에서 벗어나서 사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바르게 살고 그르게 살고도 저마다의 잣대로 재는 것이라서 어느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도 없다.
다만 자기 자신의 거울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데, 좀 더 넓게 세상을 보는 지혜, 그것을 터득했으면 하는 마음, 그것뿐이다.

 

모든 강물이 다 바다로 흐르지만 바다를 채우지 못하듯이 세상 모든 인간들의 지혜와 지식을 다 모아도 自然 앞에는 한갓 헛수고이고, 무용지물일 때가 더 많다

 

푸른 언덕길을 걷는데 봄이 돌아와 사방 산이 푸르다.

 

인간이란 격렬한 불안감 속에서가 아니면 권태로운 혼수상태 속에서 살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이지요.” 프랑스의 철학자인 볼테르의 <깡디드>에서 마르땡의 말이다

 

결국 이 세상이라는 큰 강을 건너고 길을 걸어가며 세상의 모든 사물, 즉 자연의 일부인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 진정한 공부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글이다.

달리 말하면 스승과 제자라는 말보다 동시대에 태어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함께 길을 걸어가는 도반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도반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인생이란 길을 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만나는 사람들 속에 우정으로 맺은 인연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인연이라 할 것이다.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모든 것이 통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평생에 몇 사람 만난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일 것이다.

“음식 중에 정하고 잘 익은 것은 기운을 더해주고, 맛 좋은 훌륭한 음식은 정력이 된다. 그 런 때문에 기운(氣)과 정력(精)은 모두 쌀 미米 변에 쓴다.”

 

옛 사람들은 새벽 네 시나 다섯 시부터 일어나 일을 했다. 그래서 여명이 트는 것을 보면서부터 일상을 시직했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새벽공기 그것을 옛 사람들은 보약으로 여겼으며 그것이 바로 삶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세월이 간다고 슬퍼할 것 하나 없다.
가고 없는 어제이고 오지 않는 내일인즉 오늘이면 족하지 무엇을 개의하랴.“
오늘을 잘 놀지 못하고 오늘을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살면 오늘이라는 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

 

여기도 사람, 저기도 사람의 물결이라도 결국은 혼자만이 외로운 섬 위를 걷는 것처럼 외롭고 외로운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어딘지도 모르고 태어났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가는 인생길에서 그나마 가슴이 훈훈해지는 순간은 길을 떠나는 순간이고,
아무런 생각 없이 타박타박 걷는 그런 시간이 아닐까요

누구나 자기의 역할을 다할 때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든 시간이 희망도 없는 존재의 스러짐을 행해 멈추지 않고 질주할 뿐이다.

 

가고 오는 세월은 세월이 맞지만 그 속에 어디 정해진 것이 있는가,어제도 오늘 같고, 오늘도 어제 같은 그 시간의 흐름 속에
나도 한 사람의 길손일 뿐인 것을,

 

가고 오는 세월의 흐름 또한 인간이 정하고서 그 세월의 흐름을 감지하고서 쓸쓸해하고 허무해 하는 것 또한 인간인 것을

세상의 모든 일, 그것은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우연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필연이 되고, 필연 또한 우연이 되며, 그 모든 것이 인연이고 운명이라는 것을 살아 갈 수 록 더 깊이 깨달을 뿐이다.
운명적으로 태어나서 수많은 인연을 만나 살다가 운명적으로 사라져 가는 인생길, 그저 걷고, 떠 걷다가 어느 날 문득 사라져 갈뿐인 것을,

             

“풀잎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고, 하나의 마음에도 소설이 있으며,하나의 얼굴에도 미소가 슬픔을 가리고, 하나의 생애에도 바늘이든 가시든 비밀이 숨겨져 있다.
도처에 슬픔이 있고, 희망이 있고, 희극이 있고 비극이 있다

 

“침묵하는 자는 잊혀 진다. 소극적인 자는 말꼬리를 잡힌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자는 뒤처진다. 멈춘 자는 추월당하여 뒤로 밀려 난 뒤 밟혀버린다.
성장을 멈춘 자는 이미 노화하기 시작한다. 중간에 그만두는 자는 단념한다. 정체 상태는 마지막으로 가는 시작이며, 죽음의 전초가 되는 무서운 조짐이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이겨 내는 것, 우리의 물질적 정신적 존재의 절멸, 질병과 퇴영退嬰에 대해 자기를 긍정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산다는 것은 쉬지 않고 소망하는 것, 또는 날마다 자신의 의지를 새로이 하는 것이다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의 <아미엘의 일기> 중의 한 부분입니다.

 

우리민족에게 닭은 울음으로써 새벽을 알리는 존재였고, 앞으로 다가올 일을 미리 알려주는 예지豫知의 능력을 가진 동물이기도 했다.
사람들에겐 닭만도 못한 것이 있다. 뭇 닭이 서로 먹을 것을 다툴 때엔 날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면서 못하는 짓이 없이 싸우다가도 그 일만 끝나면 서로 다투던 것은 아무 흔적 없이 되고 여전히 사이좋게 지낸다.
사람은 그와 다르다. 얼마를 지난 후에도 물이 용솟음치듯이 노여운 모습이 가라앉지 않는다.

반드시 상대방을 죽여 없애 버리려고 하면서 그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 이는 차마 못할 일이다

 

살아 있는 것이 죽음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고,
개천에 뒹굴어도 저승에 가는 것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게 살았다고 여기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죽음이라고 여길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무릇 사물이 변화하여 마음을 움직이고, 눈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이 모두 맛이다. 입이 관할하고 있는 것만이 맛은 아니다. 그런데 시를 뽑는 자리에서 굳이 맛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짜고 시고 달고 쓰고 매운 이 다섯 가지 맛은 혀가 느껴서 얼굴에 표현이 된다. 맛일 속일 수 없는 것이 이와 같다. 이와 같지 않으면 그것은 맛이 아니다.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이와 같다.

“가고, 가고 가는 가운데 알게 되고 행行하고 행하고 행하는 속에 깨닫게 된다.“
가고 오는 것이 모든 것에 앞선 진리眞理이고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 것 또한 진리라는 것을 새삼 느낄 때가 있다.

 

몇 시간을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국도를 걸었는데도 한 번도 자동차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 것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침잠해서 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신기한 일이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온전히 나 속으로 들어가 나를 만나는 시간에 他者나 다른 사물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이지요.

 

만물은 성盛하면 반드시 쇠衰하고, 흥함이 있으면 바뀌어 기울어진다. 빨리 이루면 견고하지 못하고, 급히 달리면 넘어지기 쉽다. 울긋불긋한 화원의 꽃은, 일찍 피지만, 먼저 시들고, 더디고 더딘 도랑가의 소나무, 빽빽이 늦도록 푸른빛을 띠고 있다.”
<소학>에 실린 글이다

 

“나는 오늘에야 처음으로 인생(人生)이란 것이 본래 어느 곳에도 기댈 곳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걸어 다니기만 할 수 있는 것을 알았다

청년으로서 글을 읽는 것은 울타리 사이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고,
중년中年으로서 글을 읽는 것은 자기 집 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노년老年에 글을 읽는 것은 발코니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독서의 깊이가 체험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에 실린 글이다.

 

더위를 쫓아주는 덕, 흙 땅에 방석이 되어주는 덕,
햇볕과 비를 가려주는 덕, 모기와 파리를 쫓아주는 덕,
이리 저리 가리키고 오라 가라 말을 대신해주는 덕,
미인이 배시시 웃을 때 입을 가려주는 덕,
빚쟁이를 만났을 때 얼굴을 가려주는 덕,
신날 때 장단을 치는 덕“
이 덕을 여덟 가지, 부채의 덕이라고 하였다

 

한 개 산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로 하여금 실재성을 갖게 함은 아침, 저녁, 낮, 밤,
그리고 구름 등이 있어 주는 다채로움,
달과 구름, 그리움에 하냥 저렇듯 씻기어 지내니 고울 수밖에,“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가능한 일일까,
하루에도 오만번씩 변하는 마음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단지 마음의 중심에서서 제 못대로 흔들리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통제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일 것이다.

 

 

그 사소한 약값 때문에 친지와 사이가 벌어지고 인심을 잃느니 약값 떼어가면서 인심을 사고 잘된 사람들로부터 후하게 보답 받는다는 그런 긴 안목으로 앞을 보는 장사치에 불과할 뿐이다

 

 

가고 오는 세월은 세월이 맞지만 그 속에 어디 정해진 것이 있는가,
어제도 오늘 같고, 오늘도 어제 같은 그 시간의 흐름 속에
나도 한 사람의 길손일 뿐인 것을

 

 

2-1

셀 수도 없고, 더더구나 제대로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해하지 못할 그물코처럼 촘촘히 짜인 이 세상에서
우리가 보거나 듣거나 만날 수 있거나 겪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소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만나는 것들이 인생의 시침이 들려주는 이야기. 마음속에 간단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들을 수 있느냐, 아니면 그 소리를 못 듣고 지나가느냐  그것 역시 운명일 것이다 

 

2-2

문득 보고 싶어 찾아갔다가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서성이다가 돌아온 적 그게 몇 번이었던가?
문득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번호를 두드리다가 마지막 번호를 뭇 누르고 그만둔 적, 그게 몇 번이었던가?
흥이 다하기도 전에 ‘아서라. 말아라,’ 하고, 마음을 거두고 돌아서던 적 그게 몇 번이었던가?
보지 않아도 본 것 같지만, 보고 나서 그 흥이 깨질 것을 두려워했던 것은 아닌지, 문득 보고 싶어 찾아갔다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가는 것이
세월이라는 것

 

2-3

찌는 듯한 이 더위를 저 은행이나 우체국에 맡겨두었다가 엄동설한 그 추운 겨울
나그네가 되어 걷고 있다가 찾아 쓸 수 있다면 좋으련만?

 

2-7

몇 시간을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국도를 걸었는데도 한 번도 자동차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 것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침잠해서 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신기한 일이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온전히 나 속으로 들어가 나를 만나는 시간에 他者나 다른 사물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이지요.
내가 나를 만나는 즐거움. 고독하게 혹은,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면서 내가 나를 만나고,

내가 자연이 되는 그 경이를 맛보기 위해 떠나고 돌아 오는 그 반복을 계속하는 것이 나그네의 숙명이겠지요.

 

2-10

“날개 짧은 새는 산림에 의지하여 형을 기르고, 작은 고기는 여울물에 엎드려 본성을 편안히 한다. 이 때문에 천근
淺近한 가르침도 역시 함부로 하지 못한다.
옷을 기울 때는 짧은 바늘이 필요하고, 긴 창이 있어도 그것은 소용이 없다. 비를 피할 때는 작은 우산이 필요하고,
온 하늘을 덮는 것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
그러므로 작다고 가벼이 볼 것이 아니다. 그 근성을 따라서는 크고 작은 것이 다 보물이다.“
원효의 <미륵상생경종요>에 실린 글이다.

 

나하고는 아주 다른 길,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어쩌다 인연이 되었지만 한 번 헤어지면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르는 길,
그 길이 도처에 있고, 그 시간이 지금 이 시간일지, 아님 내일의 시간일지 나도 모르고 그대도 모른다.
다만 지금 이렇게 살아 있고,저렇게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 뇌성병력이 치며 장대비가 내리는 그것뿐인 것을

 

2-14

한 사람의 생을 통과하는 인생의 여정이 깊고도 넓을수록 이 가슴 속에는 밖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이 있다.
감싸 안을 수 있는 세상의 폭이 넓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2-15

“물은 아무런 맛이 없다.” 그러나 목마른 자가 물을 마셔보라. 그러면 천하의 그 어떤 맛있는 것도 이보다 더하지 않으리라.

지금 그대는 목마르지 않다. 그러나 저 물의 맛을 무슨 수로 알겠는가?“
<북학의>의 저자인 초정 박제가.의 글이다.

 

2-16

강물이 흐르듯 마음도 흐르고, 여울도 만나고 폭포도 만나서 흐르고 흐르다가 그리고 언젠가는 바다에 닿을 것이다.
가만히 지켜 볼 것, 흐를 테면 언제까지고 흐르라고 그러지 뭐, 지금도 흐르는 시간의 흐름처럼
내 마음도 흐르고 그대 마음도 흐르고, 흐르다가 보면 어느 지점에선 만나는 순간이 있을 테지,

 

2-20

마음을 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마음을 주지 않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음과 세상이 만날 때 견해가 생긴다. 세상과 마음이 모두 명료할 때 이것이 바로 명료한 견해이다.”
인도의 불교를 중국으로 전한 5세기의 현자인 보리달마의 말이다.

 

2-24

“과거를 쫓지 마라, 미래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지도 마라. 과거는 더 이상 여기 없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사람을 있는 그대로 깊이 바라보며 수행자는 살고 있다.
안정과 자유 속에 오늘 우리는 부지런해야 한다. 내일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늦다.“  붓다의 말이다.
내일은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사람은 그 내일을 기다리고만 있으니,
그것 역시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을 알 수 있다.

 

2-27

“풀잎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고, 하나의 마음에도 소설이 있으며, 하나의 얼굴에도 미소가 슬픔을 가리고,
하나의 생애에도 바늘이든 가시든 비밀이 숨겨져 있다. 도처에 슬픔이 있고, 희망이 있고, 희극이 있고 비극이 있다.(...)
고통스러운 사랑은 인간에게 다양한 국어를 기억하게 하고, 비애는 사람을 예언자와 마법사로 만든다.” <아미엘의 일기>에 실린 글이다.
세상은 지식의 백과사전이다. 모든 사물들이 다 저마다의 영혼이 있고 저마다 이름이 있으며, 저마다의 영광과 상처가 있다.

 

2-30

세상의 모든 일, 그것은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우연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필연이 되고, 필연 또한 우연이 되며,

그 모든 것이 인연이고 운명이라는 것을 살아갈 수 록 더 깊이 깨달을 뿐이다.
운명적으로 태어나서 수많은 인연을 만나 살다가 운명적으로 사라져 가는 인생길,
그저 걷고, 떠 걷다가 어느 날 문득 사라져 갈뿐인 것을

 

2-32

알면서도 안다고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땅이 꺼져도 동요하지 않을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야 하는데,
나 자신부터가 잘 안 되는 것이 그 부분이다.
모든 것이 나로부터 비롯되지만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시간이 있고, 일이 있다.
아서라, 하고 모른 체 할 수도 없는 것이 인생사라서 이래, 저래 마음만 산란하니
두둥실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구름이 못내 부럽고 또 부러울 뿐이다.

 

2-35

섞이고 섞여서 엉뚱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또 소멸되는 그 흐름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으랴.
그래서 소월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생각 끝에는 졸음이 오고 /그리움 끝에는 잊음이 오나니 /그대여 말을 말아라. /이후부터 우리는 옛날 없는 설움을 모르리.“
가고 오는 세월은 세월이 맞지만 그 속에 어디 정해진 것이 있는가,
어제도 오늘 같고, 오늘도 어제 같은 그 시간의 흐름 속에 나도 한 사람의 길손일 뿐인 것을,

 

2-45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기를 쓰고 가는 곳은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했던 태어났는데,

세상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가는데 급급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하루하루가 모여 한 생生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순간순간과 하루하루를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맞는 시가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라는 시다.,
“아름다운 여인이여, 잔을 채워라 /세월이 간다고 슬퍼할 것 하나 없다. /

가고 없는 어제이고 오지 않는 내일인즉 /오늘이면 족하지 무엇을 개의하랴.“

 

2-46

바라보는 것과 그곳에 사는 것과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도시에 사는 사람은 전원의 풍경 속에 살기를 원하고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은 도시의 삶을 꿈꾼다.
“산에 가면 바다를 그리워하고 바다에 가면 산을 그리워한다.”는 옛 사람들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에 잡히는 것보다 잡을 수 없는 것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상상과 실제의 차이, 살아가면서 그것이 그 차이를 실감할 때가 너무도 많다.

그래도 그런 꿈마저 꿀 수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삭막할까?

 

2-48

몇 년 전에 <아침 형 인간>이라는 책이 나와서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사람이 성공의 확률이 높다는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도 했다.
옛 사람들은 새벽 네 시나 다섯 시부터 일어나 일을 했다. 그래서 여명이 트는 것을 보면서부터 일상을 시직했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새벽공기 그것을 옛 사람들은 보약으로 여겼으며 그것이 바로 삶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 내가 진정 아끼는 만병통치약은 묽게 하지 않은 순수한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아, 아침 공기! 만약 사람들이 하루의 원천인 새벽에 이, 아침 공기를 마시려 들지 않는다면,
그것을 병에 담아 가게에서 팔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아침시간에 대한 예매권을 잃어버린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2-53   스승의 날에 스승과 제자를 생각한다.

부처는 그 누구에게 배우지 않고 혼자서 오랫동안 길과 강을 건너면서 고해苦海의 강을 건넌 뒤에 깨달음에 이르렀다.
영남학파의 큰 유학자인 퇴계 이황은 누구에게 배웠을까?

결국 이 세상이라는 큰 강을 건너고 길을 걸어가며 세상의 모든 사물, 즉 자연의 일부인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 진정한 공부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글이다.
달리 말하면 스승과 제자라는 말보다 동시대에 태어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함께 길을 걸어가는 도반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도반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2-57

사시사철 중 그래도 계절의 여왕은 봄일 것이다. 그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닌 모양이다.
“푸른 언덕길을 걷는데 /봄이 돌아와 사방 산이 푸르다. /물을 굽어보고 바위에 앉아 있다.
잔술에 취하는 것을 사양 말아라, /꽃이 바람에 질까 두렵다. /이 청명한 날씨야 /노는데 팔려 돌아가지 않으면 어떠리.“

 

2-60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 꽃 한 송이가 저마다의 세계를 지니고 세상과 조우遭遇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그 속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물위를 날아가는 돌팔매질 /아슬아슬하게 /세상에 배를 대고 날아가는 정신精神이여 /너무나 가벼워서 내 자신이 ]스스로 무서워지는놀라운 육체여.“
김수영의 시<바꾸어진 지평선>의 몇 소절처럼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내가 어떤 때는 서글퍼지고 안쓰러워지는 것은 그 무슨 연유인지,

 

2-62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다 숙명적으로 오고 간다는 것만을 알게 된다.
인생은 결국 그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감내堪耐할 수밖에 없으며, 달이차면 기울듯이 결국 돌아가고 돌아가는 세상의 이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가끔씩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내게만 왜 이렇듯 ‘운명이 불공평하고 가혹한가?’ 하면서 발버둥을 칠 때가 있다.
가고 오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한 사람의 생애는 그야말로 바람이 문풍지를 흔들고 지나가는 그 짧은 순간만큼이나 빠르게 오고 간다.

 

모든 강물이 다 바다로 흐르지만 바다를 채우지 못하듯이
세상 모든 인간들의 지혜와 지식을 다 모아도 自然 앞에는 한갓 헛수고이고, 무용지물일 때가 더 많다.

 

모든 것이 그렇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도 없고, 오고 가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흐르고 흘러가다 소멸되는 구름 같이 가없는 인생길에서 잠시 만나고 헤어지기도 하고,

오랜 억겁의 인연으로 계속되는 그런 소중한 인연에 기대어 사는 우리들의 생, 그 생이 문득 생각하니 어찌 그리 쓸쓸한 것인지,
그래서 이 한밤에 못내 그리움으로 뒤척이는 시간이 어찌 그리도 허허로우면서 충만한지?,

 

2-63

저마다 사는 방법이 있고, 그 길에서 벗어나서 사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바르게 살고 그르게 살고도 저마다의 잣대로 재는 것이라서 어느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도 없다.
다만 자기 자신의 거울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데, 좀 더 넓게 세상을 보는 지혜, 그것을 터득했으면 하는 마음,
그것뿐이다.

 

2-64

그렇지요, 봄날 내리는 비 소리를 혼자서 듣고 있노라면
잊은 듯 숨어 있던 그리움들이 바람결처럼 떠오르고 또 떠오를 테지요,

 

2-66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해 할 수 있을 때 새로운 대상과 세계를 사랑할 수 있다는 말, 그 말은 맞다.

”내가 온전할 때 세상이 온전하다.“ 바꿔 말한다면 내가 세상을 사랑할 때 세상도 나를 향해 사랑의 문을 활짝 열어 줄 것이다.

 

“자신의 화분에 스스로 물을 주는 당신을 사랑하라.”
“사랑은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가지고 싶은 만큼 무한하게 가질 수 있습니다.

당신은 무궁무진한 사랑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항상 사랑을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내 삶은 사랑으로 가득 차있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2-68

“빈산에 흠뻑 봄비가 내리고 /복숭아꽃 살구꽃 울긋불긋 피었네. /산중이라 꽃 피어도 보는 이 없어 /저 혼자 시냇물에 그림자 드리웠네.
이 비 그치고 나면 아직 피지 못한 봄꽃들이 줄을 이어 피어나고 나뭇잎들이 무성하게 피어나서 바람결에 합창소리를 들려줄 것입니다.

 

2-69

예전에는 무수한 민중들이 세상을 움직여 나간다고 믿었다.

그러나 요즘 생각은 몇 사람의 천재나 뛰어난 사람들이 먼저 간 길을 다수의 사람들이 따라간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그 천재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천재도 있지만 시대의 산물로 천재가 태어난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2-72

매일 반복해도 물리지 않는 것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 걷기 역시 물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길 가다가 다리 아프고 길이 멀어 막막할 때 길이 이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문득 다시 생각을 고쳐 먹습니다.
“인생에 걸어갈 길이 없다면 삶이 얼마나 삭막할까?“
그 순간, 길이 어찌 그리도 고마운지요,
지금이 그런 생각이 드는 시간입니다. 내일 다시 길 앞에 서면 펼쳐진 길에 머리 숙여 절이라도 올려야겠습니다.

 

2-73

“최고의 행복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상태와 해야만 하는 것을 원하는 상태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할 수 없는 경우에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끼는 것과 같이

당신이 해야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보다 해야만 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 더욱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못하는 까닭은 대부분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지만,

당신이 해야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 즉 스스로가 불성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처음 것은 기껏해야 단순한 불행에 불과하지만, 나중 것은 언제나 당신에게 책임이 있다.“
17세기 프랑스의 문필가이자 설교가였던 보쉬에의 글이다.

 

2-75

아무리 보아도 물리지 않는 복사꽃을 당나라 때 시인인 백서이白居易는 <대림사 복사꽃>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지요,
“속세의 4월 꽃들은 다 졌는데 /산사의 복사꽃은 지금이 한창이네 /돌아 가버린 봄 찾을 길 없어 못내 아쉽더니
그 봄 이곳으로 /옮겨왔음을 내가 몰랐음일세.“

 

2-81

법정스님도 잠언 속에서 오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누가 나를 추켜세운다고 해서 우쭐댈 것도 없고, 헐뜯는다고 해서 화를 낼 일도 못된다.

그건 모두가 한쪽만을 성급하게 판단한 오해이기 때문이다.
오해란 이해 이전의 상태가 아닌가, 문제는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달린 것이다.,
실상은 말 밖에 있는 것이고, 진리는 누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는다.
온전한 이해는 그 어떤 관념에서가 아니라 지혜의 눈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 이전에는 모두가 오해일 뿐이다.“
오해와 이해, 그 설명하기 힘든 짧은 간극間隙 속에 인간들의 삶이 있다.

 

2-82

“사람들은 지상의 희망을 모질게 두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 참다운 희망으로부터 구원을 받게 되는 것은 오로지 그때인 것이다.”
키에르케고오르의 말이다.
희망 없는 시간에도 희망을 두드리고 갈망하는 그것이 바로 사는 것?
그렇다면 나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2-86

살아가다가 보면 모든 것이 다 반복이다. 답사도 그렇다, 갔던 곳 또 가고, 다시 가도 새롭고, 그래서 내가 우리나라의 강산을 두 세 번씩 걸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답사라는 것이 계절마다 다르고 기후에 따라 다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 와 함께 가느냐가 다르기 때문이다.

 

2-87

나의 생애도 어쩌면 구름 같은 것이 아닐까? 내게 물리지 않는 여러 대상 중, 언제나 설렘으로 바라보며 동경하는 것은 구름이 아닐까?
지리산에서 일어나 섬진강에 온몸을 담그고서 백운산으로 사라지던 구름을 섬진나루에서 바라보며 우리 모두가 구름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그래, 나도 흐르는 구름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저렇게 쉬지 않고 흐르고 흐르는구나. 언제까지 우리들의 방랑은 구름처럼 계속될 것인가?

 

2-91

“당신은 다리 위에서 풍경風景을 보고 풍경을 보는 사람은 누각樓閣에서 당신을 본다.
명월明月은 당신의 창문을 장식하고 당신은 다른 사람의 꿈을 장식한다.“
변지림卞之琳의 <단장斷章>이라는 시 한 편이다

 

오늘을 잘 사는 것, 그것이 중요한데, 이일, 저일 핑계 대는 순간 일생이 봄날의 꿈처럼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으니, 이를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