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 辭 - 追慕의 글
노루형님 이별의 아픔 없는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하기만 합니다
당신을 처음 만나 활짝 핀 꽃 한송이 같은 입가에 모아지는 미소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인상이 너무 강해 지금도 옆에 앉아 속삭이며 특유의 목소리로
다정함을 가득 담은 술한잔의 의미를 얘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오늘 당신을 마지막으로 보내면서 그간 마시지 않던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시던 소주를 반병이나 마셨지만
술잔에 비치는 것은 소주가 아니라 당신의 얼굴이었습니다.
쓰디쓴 소주 맛이 아니라 당신의 언제나 한결 같던 모습의 향기였습니다
그 향기가 이럴진데 언제나 볼 수 없고 맡을 수 없다는 현실이
그저 슬프고 원통할 따름입니다
그 쓴 소주를 왜 그리도 좋아 하셨는지
괜히 마음만 아리어 차라리 소주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셨다면 하는
알 수 없는 괜한 심드렁만 드는 이유는 무었일까요?
살아 있음이 고통이라지만 살아 있음에 가져다 주는 행복을 알고 있고
남들은 질기고도 질긴 인생살이라 하면서도 이렇게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는데
한번 가신 당신은 그 질긴 인생살이 마저 놓고 가셨으니
하늘 나라에선 부디 편하고 해어짐의 아픔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항상 같이 있을 것만 같았던 것을 잃고서야 소중함이 뻐저리게 다가 오 듯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당신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 지 참으로 가슴 답답할 따름입니다
어쩌다 한번 대하는 나도 이렇게 서럽고 슬픈데
당신이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고 즐거워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백두대간길을 함께한 산우님들의 심정은 어떤 심정으로도 다 표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왕 가실려면 정이나 주지 말고 가시지
모든 산우님들에게 그렇게 모질게 잘해 놓고 정을 주어놓고
줄 것 더 이상 없을 것 같은 모습으로 항상 우리 곁에 계섰으니
더욱 가슴 찢어지는 애통함에 세상이 그저 야속할 뿐...
이제 언제 이 아름다운 천만불짜리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언제 한번 이렇게 포응하며 즐거움을 나눌 수 있을까요
항상 옆에 있어 행복했던 좋은 기억들만 가득했을 백두대간 산우님들의 심정은
다른 산우님들이 함께 하진 못했어도 보지 않아도
이 사진속에 다 녹아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읍니다.
남보다 좀 늦었지만 늦은 만큼 더욱 애정을 가지고 걸었기에
힘들어도 조금은 쉬고 싶어도 그저 감사하며 이자리까지 왔는데
이제 더 많은 길을 걸어야 하고 더 많은 정을 나누어야 하는데
우리 산우님들 만큼이나 가족들에게도 남다른 심정으로 다가 왔음을
오늘 이 사진 한장이 더욱 마음을 저리게 합니다
노루님의 앞에 놓인 백두대간 완주패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형수님이 산얘기를 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참으시느라 말을 잊지 못하시면서
집에서 이 완주패를 들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고 하시던 말씀
지천명을 살아오시는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오셨는데
영전앞에 놓인 노루님의 인생의 모든 삶의 무게를 이 한장의 완주패가
대신하고 있음에 너무도 가슴아플 따름입니다. 산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얼마나 힘들었으면 집에 와서 이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을 까요
대간길에서 보인 노루님의 모습이 다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읍니다
오히려 대간길에서의 미소가 그래서 더욱 가슴아프게 다가오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대간 완주 축하합니다 하고 싶은데...
나와의 추억도 이것이 마지막이라는게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정입니다
망우리에서 꼭 한번 만나자는 약속은 언제 지킬 것이며
또 낙동정맥에 한번 응원하러 오신다는 약속은 또 어떻게 하실려고 이렇게
사진한장 덜렁 남겨 놓고 오지 못할 길을 가셨는지
집에 누수가 있다고 하니 내가 전공이다고 하시어 여름이 오면 부탁할려 했는데
우리 집 누수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길을 가다가 노루페인트 간판만 봐도 형님 얼굴이 생각날텐데...
이제 현실을 인정하고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이 노루형님이 남기신 무언의 한마디
부끄럼없는 삶을 살고 더 열심히 건강하라는 명령으로 알고 살겠습니다.
이제는 정말 형님을 보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가신 그 길이 너무 허망하고 안타깝지만
남겨진 자의 삶은 그대로 이기에
노루형님의 그림자를 항상 생각하면서
그렇게 형님이 걸어온, 우리에게 보여준 그 모습을 닮으려
애쓰며 살겠습니다
부디 이별의 아픔도 삶의 무거운 짐도 없는 세상에서
고히 잠드소서
끝으로 노루형님
슬픈이별이 아닌
좀 더 행복한 나라로 가시는 길 축하하는 의미로
장사익님의 하늘가는길 가사를 띄웁니다.
형님 사랑합니다...
2014년 4월12일
초보산꾼 도 덕 산 올림
장사익 - 하늘가는길
간다간다 내가 돌아간다.
왔던 길 내가 다시 돌아간다.
어-허아 어허야 아 어-허아 어허야 아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잎진다 서러워마라
명년 봄이 돌아오면 너는 다시 피련마는
한번 간 우리인생 낙엽처럼 가이없네
어-허아 어허야 아 어-허아 어허야 아
하늘이 어드메뇨
문을 여니거기가 하늘이라
문을 여니거기가 하늘이로구나
어-허아 어허야 아 어-허아 어허야 아
하늘로 간다네 하늘로 간다네
버스타고 갈까 바람타고 갈까
구름타고 갈까 하늘로 간다네
어-허아 어허야 아 어-허아 어허야 아
아~ 하늘로 가는 길 정말 신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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