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山中山談

길은 소통이다 - 낙동정맥 정리하면서

산중산담 2014. 10. 2. 19:44

 

길은 소통이다 - 낙동정맥 정리하면서

 

처음 출발할 때 긴 산줄기만큼이나 지금까지 오지중에 오지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는 낙동줄기에 대한 두러움

선답자들이 무용담이 더해지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나름대로 위안을 삼으며 출발했던 길이기에 천리길을 발품을 팔았던 보람을 이제야 찾는 것 같은 기쁨이 있다

기쁨 뒤에 있는 아쉬움까지도 이 곳에서 남해로 모두 흘러 보낼 수 있을 수 있기 떄문이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해가는 세상살이 만큼이나 변했던 낙동의 모습은

내가 출발하면서 느낀 낙동에 대한 신비감, 경외감은 어느덧 사라지고

이곳에도 역시 우리 따뜻한 이웃들이 살고 있음을 느끼고 또 느끼며 걸었던 낙동길

황석영작가님이 북한에 다녀오신 후 쓰씬 책에서 '어!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하던 말씀이 왜이렇게 생각나던지?

 

 

우리 어릴적만 해도 북한에는 뿔달린 이상한 귀신들만 살고 있다고 우린 굳게 믿고 있었다

도대체 갈 수도 볼 수도 없는 북한에 대해 박정권이 떠들어대는 반공교육이 주는 학습효과는

북한땅을 우리가 함께 보듬어야 할 상대가 아니라고 믿을 만큼 그것은 단절이 가저온 효과였었다.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 변한만큼 북한에도 똑 같은 우리 동포이고 남북이 서로 오가는 바뀐 세상이 왔듯

이제 낙동도 오지도 그렇다고 단절도 없는 오히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다른 세상으로 변해 있었다

 

 

낙동정맥을 처음 시작하며 나름대로 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보았을까?

차곡차곡 쌓여가는 내가 걸었던 산줄기에 많은 역사적 사실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기에

지나온 낙동길을 반추하며 느끼는 가장 큰 수확은 이제 오지는 없다는 것이다

마음의 오지는 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길은 소통이다

우리가 걸었던 낙동정맥길은 백두산에서 몰운대까지 길게 이어지며 소통을 이루었지만

아래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에게 낙동 산줄기는 오희려 커다란 소통을 방해하는 차단막이었음에

소통은 커녕 문화도 생활모습도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고  그래서 또 오지가 생겨났던 것이다

 

 

이제는 세상이 변해 모든 길을 터널을 뚫어 마음의 벽까지 없에버리는 소통으로 오지가 없어졌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구름도 넘다 지처 쉬고 간다는 가사는 소통의 한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하물며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몸뚱이 하나로 넘고 또 넘어야 했을 고개이고 보면

바람따라 움직이는 구름도 지칠정도인데 무슨놈의 소통?  살기 위해 넘었을 뿐이다

그래서 터널이 주는 역효과도 있지만 소통의 측면에서 보면 빨라질 수록 맘도 빨리 통할 수 있으니...

 

 

                                      초 보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