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山中山談

우리가 걷는 길에 만나는 것이 모두 인연인 것을

산중산담 2014. 9. 7. 23:31

 

우리가 걷는 길에 만나는 것이 모두 인연인 것을

 19구간 금정산 구간을 마치며

 

 

이제 낙동정맥도 한구간만 남았습니다

언제 끝나나하고 시작했던 것이 엊그제 같다는 생각인데 벌써 여기까지 왔네요

한돌대장님의 뚝심이 만들어 낸 결실을 이제 한구간만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이

금정산에서 만난 낙동강의 물줄기 만큼이나 반갑고 기쁘다는 생각입니다

 

산줄기야 늘상 하던데로 하면 되는 맘먹기 이지만

낙동으로 가는 과정이 절반이니 그 또한 우리가 넘어야 할 산과 같다는 생각을 해보면

지금까지 달려온 수많은 시간속에 남겨진 거리에 우리의 힘든 여정이

이제야 행복으로 보상 받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가슴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를 행복으로 환산하면 달려온 거리가 있으니... 이렇게 스스로 행복찾기를 해봅니다

 

삼수령에서 시작된 낙동정맥과 낙동강과의 밀월같은 관계를 금정산에서 잠시 청산하고

이제 마지막 몰운대에서 최후를 맞이하기 위한 오늘

낙동정맥의 큰흐름을 이어오면서 만났던 모든 인연들이 다시금 새롭게 떠오름을 느낍니다

 

사계절이 변화없는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 알아서 찾아오고 지나가고

철따라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다양한 모습들의 인연들이 다가오고 사라지고

거기에 맞춰 변했던 산우님들의 모습까지도 우리의 소중한 인연임을 느끼게 됩니다

 

굽이굽이 돌고 돌아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다시 또 다른 봉우리가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좀 힘들게 내려간다 싶으면 또 다른 인연인 고개가 우리에게 잠시의 휴식을 주고

서로 가진 것 없는 것 중에서도 한조각이라도 나눠먹으려 하는 마음들이 모아져

날머리에 들어서서 하루라는 세월을 다시 쓴 얘기속에 다 녹아드는 인연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던가?

산속에서 바람에 실려 우리 품속에 들어왔던 자연이 전해주는 따뜻한 산속친구들의 얘기

우리가 볼 수도 갈 수도 없는 산속친구들의 향기를 바람을 통해 받아들인 인연까지

곰곰히 생각해 보면 책한권으로도 모자랄 수많은 인연들을 우리가 걸었던 낙동정맥길에

만남과 헤어짐을 함께 했다는 사실에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그저 걷는데만 급급했다면 이런 소중한 인연들을 아마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늘상 밥고 다니는 낙엽 하나하나에도 다 생명이 있고 생명의 끈을 위한 인연들이 있고

 

생명을 다하면서도 마지막 인연인 새로운 작은 생명인 새싹이 돋아날 수 있도록 인연을 소중히 합니다

톱니바뀌처럼 빈틈없이 돌아가는 신만이 만들어 내는 우주의 순환도

결국 이런 작은 생명들의 인연이 모아졌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내가 있는 공간에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산속의 모든 생명체가 그렇게 살아가는데

두발로 걷고 있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자유와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지

세삼 느낄 수 있는 자연이 주는 고마운 가르침입니다

빨리 걷고 빨리 끝내고 빨리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도 소중한 하나의 인연이겠지만

주어진 시간안에서 좀 더 느끼고 좀 더 많은 자연과의 호흡을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들에게도 눈길을 줄 수 있는 여유정도는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

이 초보산꾼이 인연의 또 다른 모습을 얘기 했던 이유입니다

 

생명을 다해 가고 있는 낙동의 흐름만큼이나 이제

우리 낙동 식구들의 흐름도 멈출 시간을 준비해야 합니다

때마침 추석이 끼어 있어 3주라는 긴 여백이 남아 있습니다

여백에 과연 우리가 걸었던 낙동정맥길에서의 소중한 인연들을 얼마나 채울 수 있는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여백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오르 듯이

또 다른 인연의 끈은 언제나 가까이 있음을 생각하면서

 

낙엽이 생명을 다하면서 까지 새로운 생명의 인연에게 모든 것을 주었 듯

마지막 구간 한돌대장님 이하 우리 낙동식구들의 인연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후회없는 소중한 인연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초 보 산 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