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을 마치며
태백 삼수령에서 백두대간의 척추를 든든히 받처주며 남으로 남으로
1300리(약 513.5km)의 낙동강 물길의 근간을 이루며 부산까지 달려와
이젠 마지막 한구간만 남기고 달려온 낙동정맥
몰운대에서 드디어 함께 손을 맞잡고 낙동강과 낙동정맥 산줄기가 함께 남해로 조용히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라 산줄기도 함께 흘러 왔음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산줄기는 이제 바다라는 넓은 품속에 잠시 몸을 숨기지만
남해 먼 또 다른 곳에 다시 솟아 계속 이어가고 있을 것이고
강물은 물만난 고기처럼 고향인 바다로 들어가 잠시 해후를 즐긴 후
다시 윤회의 세상으로 떠나기 위해 하늘로 솟아 다시 비가 되어 강물이 될 것이다
이미 고향으로 여겼던 낙동강물이 될지 낯선 섬진강물이 될지 아님 일본 어딘가에 이름모를 강물이 되어 있을지...
우리 선조들이 생각했던 흐름의 미학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일본 식민사관에 의해 우리 산줄기가 "산맥"이라는 이름으로 어릴적부터 수없이 배워 왔었지만
사람의 혈액순환의 흐름에 맞추어 대간 정맥으로 나뉜 흐름을 중시한 산줄기 개념이 얼마나 소중하게 다가 오던지
아마 일본이 만든 산맥을 따라 걷다 보면 강도 건너야 하고 계곡도 건너야 하고
흐름의 미학은 완전 무시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알면서도 그렇게 꼼수를 두었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낙동정맥을 시작하며 만났던 매봉(천의봉) 동봉이 얼마나 고마운지
백두산에서 시작된 산줄기 흐름을 이어받은 태백산 매봉산 동봉에서 갈라진 삼파수의 흐름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호남금북정맥에 이어 땅끝지맥으로 계속 이어저 온 산줄기 서사면은 서해(황해)로 흘러들고
그 반대편인 동사면은 또 한줄기인 우리가 함께 했던 낙동정맥을 따라 서사면을 흘러 낙동강을 따라 흘러내린 물이 남해이고
또 한 축인 낙동정맥 동사면을 따라 계속 흘러나갔던 물이 바로 동해로 흘러 들어 갔던 것이다
農者(之)天下之大本이라 했던가?
그만큼 우리 민족에게는 물이 필요했고 필요한 만큼 물을 얻을 수 있도록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산줄기를 따라 수많은 싯핏줄 같은 계곡들이 부지런히 삼면 바다로 흘러 보내고
이 물을 받아 감사하며 성실히 살아낸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있었기에 더욱 값지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환경에 맞게 슬기롭게 삶을 이어온 이웃들의 얘기가 오롯이 담겨 있는
강에 기대어 사는 이웃들의 얘기가 곧 우리가 걸었던 산줄기에 있었음에
힘들게 지금까지 달려온 마지막에 보는 낙동강의 흐름이 그래서 더욱 가슴이 벅찬 것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하며 올린 이 초보산꾼의 낙동정맥 출정가가 그래서 더욱 그립기도 하다
오늘도 낙동강의 물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몰운대 바닷가 - 물의 끝은 바다의 시작
이제 우리는 더 갈래야 갈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달려온 낙동길의 마지막 몰운대
낙동강과의 만남이 주는 기쁨 못지않게 이별의 슬픔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물이 다해야 비로소 바다가 시작된다는 끝의 시작이라는 이치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저 낙동강의 물은 유유히 우리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정하게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는데...
또 바다는 강물을 환영한다는 맘을 담아 저렇게 잔잔한 파도로 낙동강 물을 맞이하기 위해 춤추고 있는데
강물이 끝나면서 비로소 시작되는 바다의 시작점에 서서 바다와 함께 시작할 수 없음에
그래도 정든 낙동강물에 우리가 힘들게 이어온 거리만큼 아쉬움을 담아 흘러 보내 봅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낙동강물과 낙동정맥에 묻어온 인연들에 대한 최선의 방법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희망의 시작은 언제나 끝에서 다시 시작됨도 이 초보산꾼은 잘 알고 있습니다
구름도 반해 떠나지 못해 항상 곁에 지키고 있었다는 몰운대의 멋진 모습에서 품어저 나오는 기운에
더 갈 수 없는 물러설 수 없는 곳에서 느끼는 우리의 마지막 결의의 맘까지 합하면
결국 우리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 발걸음이 지금 이순간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음을
정말 함께 고생하며 함께 완주하신 낙동정맥 식구님들이나
멀리서 가까이서 언제나 응원해주시고 많은 댓글로 함께 해주신 3450온누리 산악회 산우님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아쉽지만 이별의 시간은 왔습니다
이렇게 아쉬운 이별로 기억되게 처음부터 끝까지 뚝심 하나로 밀고 진행해주신 한돌 대장님
정말 무리숙여 감사를 드리고 존경의 맘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디에 계시더라고 건강하시고 빠른 시일안에 다시 돌아와 멋진 산행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없는 살림살이를 처음부터 강단있게 슬기롭게 넘기시고 최선을 다해주고
마지막엔 선물까지 안겨주신 푸르나 총무님 넘 고생했습니다
거기에 이 초보산꾼도 원없이 글 쓸 수 있게 해주신 많은 산우님들에게 깊은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초보산꾼 도 덕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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