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山中山談

한여름 나무의 생존법

산중산담 2014. 10. 3. 13:14

 

한여름 나무의 생존법

                    한남금북정맥 9구간 한여름날 걸으며

 

 

 

우리가 무더위와 폭염속에 길어지는 더위를 탓하고 잠못이루는 밤을 지세우며 무더위를 탓하면서

그래도 인간들은 인간들의 이기품인 에어컨의 바람에 의지하여 유래 없는 전력난을 어렵게 넘기는 사이

대자연의 품에 살아숨쉬는 숲속의 나무들은 무더운 햇볕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자양분 삼아 맘껏 향유하고

때론 불어주는 바람을, 그냥 서있으면 날아가 버릴까봐 살랑살랑 자태를 흔들며 가는 바람을 잠시 붙들어

마음껏 온몸을 맡겨두고 나뭇잎을 흔들어 온 산을 축제의 한마당으로 안내했었다.

자기손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무들은 주워진 조건하에서 주어진 만큼 마음껏 자연과 호흡하며 즐겼기에

무더울수록 더욱 짙푸르러 가는 신록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가을의 단풍이 괜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바쁘다는 이유로  거들떠 보지도 않던 사이 대자연 속에 약해 보이는 나무들에게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이제 막바지 여름, 마지막 신록을 품고 있는 숲속의 향기를 함께 품어 본다.

 

 

                           초 보 산 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