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山中山談

지푸라기의 단상

산중산담 2015. 1. 27. 17:20

 

지푸라기의 단상

14.10.11  대간 속리산 구간

 

 

문수봉에서 본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능선

 

 

 

이제 곧 수확하게 될 들녘을

가꾸어 놓은

황금물결치는 벼들의 가을얘기를 들으면서

 

가을 걷이가 끝나고

풍요로운 겨울을

인간에게 남겨주고도

 

논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지푸라기에게도

꽃 보다 못지않은 철학을 가지고 있음을 안다

 

한번 주고 나면

꼭 언제나 대가를 바라는 인간들에게

말없는 실천을 강요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청법대의 기암괴석들

 

 

 

지푸라기는 선택받지 못했다고 푸념하지 않고

썩어 다시

봄에 다가올 씨앗의 자양분을 만들어 주고

 

새에게 선택받은 놈은

새들의 포근한 둥지를 만드는데

유용하게 쓰이고

 

농부에게 선택받은 놈은

각종 농기구에도 쓰이고

멍석에도 쓰이고

맘을 이어주는 밧줄에도 쓰이고...

 

참으로 받은 것 없이도

뭐하나 남김없이 생을 다하는

말없는 실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초보산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