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보낸 시절
제주, 내 청춘이 시절이 소리 없이 지나가던 제주를 다시 간다. 1978년 3월 아무런 대책 없이 이상향인 ‘이어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도착했던 제주도, 그곳은 나의 피난처이자 고난의 장소였다. 그 제주도를 갈 때마다 이런저런 상념으로 내 마음은 편치 못하다. 하지만 제주에 도착하면 그런 생각은 아랑곳없이 마음이 설레고 마치 떠난 뒤 잊고 살았던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그만큼 세월이 흐른 탓이리라. 제주, 그 제주로 유배되어 갔던 기묘사화의 주역 김정은 제주의 말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이곳 사람들의 말소리는 가늘고 날카로워 바늘 끝같이 찌르며 또 알아들을 수도 없었는데, 여기 온지 이미 오래 되니 자연히 능히 통하게 되었다.” 김정金淨이 지은 <제주 풍토록>에 실린 글이다. <주기州記>에 의하면 “말에는 특이한 소리가 많아서 ”서울(京)을 ‘서나西那‘ 라고 부르고, 숲을 ’고지高之. 곶‘이라 하며 오름(岳)을 ’오롬‘ 이라 하며, ’톱‘을 ’콥‘ 이라 하며, 입(口)을 ’굴레‘라 하며, 굴레를 ’녹대祿大‘라 하고 재갈을 ’가달加達‘ 이라 한다. “ <여지도서>에 실린 제주의 풍속이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제주도는 남해에 있는 섬 중의 가장 큰 섬으로서 육지와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 교통이 불편한 관계로 옛날부터 교화의 보급이 육지에 비하여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풍속도 고대의 풍속 그대로가 많이 남아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함경도 풍속과도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이것은 원元나라의 병정이 주둔했던 때 원의 풍속이 전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민수閔粹라는 사람이 지은 시에 “돌담과 판자 집은 백성 사는 곳에 궁벽하고, 다른 옷과 다른 말소리는 손(客)된 사람의 근심이로다.”하였던 제주도를 두고 ‘언어학의 보물창고“라고 부르는 것은 이 지역에 고대의 언어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도자기陶瓷器를 ‘지새그릇’, 민가民家를 ‘지새집’, 동풍을 ‘샛바람’, 남풍을 ‘마파람’, 서풍을 ‘갈바람’, 북풍을 ‘하늬바람’ 등등으로 고대 국사와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숙종 때에 제주목사로 근무했던 이형상도 제주도 사람들의 말에 대한 글을 남겼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관인官人이 말한 바로는, 대개 서울의 말과 같다고 하였으나, 자기들이 주고받는 말 가운데 전연 이해하여 알아들을 수 가 없는 것이 있다. 시골 여자들이 관문官門에 고소告訴하 것은 재두루미 같기도 하고 바늘로 찌르는 소리 같기도 하여 더욱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반드시 서리들로 하여금 번역하게 한 뒤에야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풍속이 중국과 더불어 떨어져 있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원나라 목자들이 서로 섞여서 전해져온 풍습 때문에 그런 것인가?” 그의 글을 보면 제주의 말이 제주도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함께 근거리에 있는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몽고의 영향아래 살았던 시절과도 연관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제주도에서는 처녀를 ‘비바리’라고 부르고, ‘달걀은’독새기‘ 지렁이를 ’가우리‘ 너구리를 ’오로‘ 멍석을 덕세기’ 봉숭아를 ‘베염고장’ 잠자리를 ‘밥주리’ ‘밥버리’ ‘풋자리’ ‘물새’ 개미를 ‘게염지’라고 부른다. 호박을 ‘둥지’ 또는 ‘쟁이‘ ’품앗이를 ‘순눔일’ 부뚜막을 ‘소천’이라고 부른다. 회오리 바람을 ‘돗핑이’ 무지개를 ‘황고지’ 입술을 ‘입바위’ 해산물을 ‘바릇’ 어부를 ‘보재기’라고 부른다. 또 하나 재미있는 말 중 육지에서 온 사람들이 듣고서 당황하는 말로 ‘속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제주도 말로 ‘수고 하십니다‘라는 말인데 말의 어휘상 그 말을 들으면 느닷없이 “왜 속았다고 하는가?” 하고 황당해하는 말 중의 하나다. ‘강 들엉 오라’는 ‘가서 물어 보라’ 우산은 ‘가산’ 목욕탕을 ‘후로’ 밥공기를 ‘자왕’이라고 부른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여자가 많다고 알려진 제주도의 제주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가르치는 것 또한 육지와는 생판 다르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흠생이 말라‘ 는 ’어리광 부리지 말라’는 말이고, ‘촘람생이질말라’는 ‘경솔하게 나서지 말라’는 말이다. ‘간세 말라‘는 ’게으르지 마라“는 말이고,‘ ’느링테진 말라‘ 는 느림보가 되지 말라’는 말이다. ‘요망진체 말라‘는 꾀부리며 잘난 척 하지 말라’는 말이며, ‘거들락거리지 말라’는 말은 ‘거만하지 마라.’는 뜻이고, ‘노미 모심 아프게 하지 말라’는 말은 남의 마음 아프게 하지 말라‘는 뜻이고, ’경해서 하는 일들이 펜찮아진다.‘는 말은 ’그래야 하는 일들이 편안히 잘 된다.‘는 말이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이번 여정은 불과 며칠 밖에 안 되고‘ 그나마 서울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짧은 시간이지만 조금 쉬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기원해보는 제주, 내가 나온 지 몇 년 만에 제주는 얼마나 변했을까?, <!--[if !supportEmptyParas]--> <!--[endif]--> 을미년 이월 스무닷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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