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자료 모음

금강 무릉도원 길을 걷다.

산중산담 2015. 6. 24. 23:33

금강 무릉도원 길을 걷다.

 

일 년에 한 번은 가야 직성이 풀리는 곳, 그 아름다운 금강 벼룻길, 즉 무릉도원 길을 419(일요일)에 걷습니다. 나라 안의 수많은 강변 길 중에서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한 용담의 섬바위에서 무주읍까지 이어지는 금강 길을 걸을 예정입니다.

복사꽃과, 조팝꽃, 그리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금강 길을 걷다가 보면 내가 꽃인지, 꽃이 나인지를 잊게 되는 시간을 맞이합니다.

벌써 십 몇 년을 두고 봄날 4월 셋째 주에 찾아가 하루를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무릉도원 길에서 봄이 되고 자연이 되는 경이를 느낀 뒤 현자賢者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현자란 바라보는 모든 것에 경탄하는 사람이다.”

 

어느 새 가는 봄

자가 목지牧之인 당나라 말기의 시인 두목이

절강성에서 어느 소녀를 만나 그의 어머니를 찾아가

십 년 후 그 소녀를 아내로 삼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장안에서 관료생활을 하다 보니 겨를을 얻지 못해

14년 만에 호주의 관리로 부임하여 그 소녀를 찾았더니

그 소녀는 그가 오기 3년 전에 이미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서 자식들까지 두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접하고 절망한 두목이 지은 시가 <탄화歎花>입니다.

스스로 봄을 찾아 나섬이 늦은 것을

슬퍼하며 봄꽃 빨리 핌을 한탄한들 무엇하리.

광풍에 붉고 아름다운 꽃잎 떨어지고

푸른 잎은 그림자를 치우며 과실만이 가지에 가득하네.“

두목은 꽃이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 자연에 빗대어

그의 사랑이 결실도 맺기 전에

다른 사랑으로 전이해 간 것을 노래했는데,

당나라 중기의 시인 최호도 그와 비슷한 경우를 겪었습니다.

최호가 청명절에 답청踏靑을 나섰다가 복사꽃이 만발한

어느 집에 들어가 물을 청해 마시고

그 다음 해 청명절에 그 집을 찾아갔더니

복사꽃은 만발했는데, 그 처녀는 간곳이 없어서

남긴 시가 <인면도화人面桃花>입니다.

지난 해 오늘의 이 문안에는,

그 사람 얼굴과 도화 꽃이 서로 어우러져 붉었는데,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고,

도화꽃만 의구히 봄바람에 웃고 있네.“(題都城南莊)

머물러 있는 것이 무엇이며

기다리지 못하고 가는 것은 또 무엇인지요.

가는 봄의 절정에서 복사꽃 향기 맡으며 보낼 하루가 그새부터 기다려 지는 것은 내가 너무 그 길을 사랑해서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