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즉, 자신의 삶을 사는 세상

산중산담 2016. 7. 18. 15:11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즉, 자신의 삶을 사는 세상

 

 

인간의 삶의 조건 중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까?

자유롭게 사는 것,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 자유롭게 살며

사랑하고, 믿고 사는 것, 그것이리라.

그러나 자유라는 것은 책임과 의무를 동반하는

한도 내에서의 자유를 뜻하는 것이지

무질서와 방임放任까지 용인되는 자유는 아니다.

그렇다면 나도 그대도 이 세상에서 자유로운가?

그 자유를 두고 프란츠 카프카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오직 외적 조치로 얻은 거짓된 가상假想의 자유는 착각이며

뒤죽박죽이고, 불안과 절망이라는 쓰디쓴 풀 외에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는 사막이에요. 당연하죠.

왜냐하면 영속적인 실제의 가치를 지닌 것은

언제나 마음의 선물이기 때문이죠.

인간은 아래에서 위로가 아니라,

안에서 밖으로 성장하는 것이죠.

이것이 모든 삶의 자유의 근본 조건이에요.

삶의 자유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회 분위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세계에 맞서 끊임없이 투쟁하는 자세에요.

이것이 인간이 자유롭기 위한 조건이죠.

조건이라고요?” 의아해하면서 나는 물었다.

그래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이 내린 정의를 되풀이했다.

하지만 그것은 역설입니다.”

내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깊이 숨을 쉬더니 말했다.

맞아요. 사실 그래요. 우리의 의식적인 삶을 형성하는 섬광閃光

대립의 간격을 극복하고, 극에서 다른 극으로 도약해야만 해요.

이로써 우리는 세계를 순간적으로

섬광 속에서 인식하게 되는 거예요.“

구스타프 야누흐의 <카프카와의 대화>에 실린 글이다.

 

자유롭게 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

그 자유라는 것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도 없고,

자연스레 형성되는 자유만이 진정한 자유라는 것,

그러나 자기 자신과 세계에 맞서 끊임없이 투쟁하는

그 과정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자유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정한 자유를 아는 사람도

누릴 줄 아는 사람도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를 주어도 그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속박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당신네는 자유로운 몸이야. 그러나 내 발은 묶여 있어.

고생을 모르는 사람이 고생하는 사람에게 충고를 하고,

꾸짖고 하기란 쉬운 것이야.(...)

근심 걱정이란 멀리멀리 떠돌아다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언제나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는 것이니까?“

아이스클로스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에 실려 있는 글처럼

자유를 누리면서도 자유를 갈망만 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일까?

스피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직 이성理性에 의해 인도引渡되는 사람은 자유롭다.”

 

에피쿠로스의 말은 더욱 더 현실적이다.

자족함의 가장 찬란한 열매는 자유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 자신의 삶을 사는 세상이 가능할까?

 

자기의 삶과 반항, 자유를 느낀다는 것,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많이 느낀다는 것, 이것이 곧 사는 것이다.

명민明敏이 군림하는 속에서는 가치의 계층은 무용한 것이 된다.

좀 더 단순해지자. 유일한 장애, 유일한 놓쳐 버린 이익

너무 이른 죽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하자.“

알베르 카뮈의 <시지포스의 신화>에 나오는 글이다.

 

이렇게 살다가 보면, 인간이 자기 자신,

그리고 나나 그대와 같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다.

모든 사람과 하나가 되면서도 각 개개인이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고 사랑하며, 자신의 자유를 누리는,

그런 사회 질서 속에서 언젠가는 살게 되지 않을까?

 

병신년 오월 스무여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