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꿈이 꼭 들어맞을 때도 있다.

산중산담 2016. 7. 19. 08:31

 

꿈이 꼭 들어맞을 때도 있다.

 

꿈이 그냥 꿈을 때가 있다.

일종의 개꿈이거나,

그냥 봄날의 의미 없는 하룻밤 꿈인 때가 있지만

어떤 때는 어찌 그리도 꼭 들어맞는 꿈을 꾸는지

신기할 때가 있다.

 

30여년 저쪽. 느닷없이

시가 쓰여 질 때 썼던 시를 옮기는 과정에서

8725일에 썼던 시가 그 때

그 시절을 너무도 선명하게 회고하도록 해주었다.

 

아버님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 아침이었다.

어린 여동생이 학교에 가기 전 밤을 먹다 말고 말했다.

아버지 나 꿈꾸었는데,

이빨이 우수수 다 빠져버렸어

그래 나 죽을 랑 갑다.”

그때 어머니가 금세 말을 가로채곤 말했다.

아니 그런 꿈은 아주 재수 좋은 꿈이라더라.

길에서 돈 주을랑 갑다.“

그 날 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송년 음악으로 들으신

우리 아버님,

다음 날 이른 새벽,

펄펄 내리는 눈발 맞으며

먼 길 떠나셨다.

< 불길한 꿈>이라는 이름으로 써둔 글이었다.

 

그렇게 먼저 떠나신 아버님의 뒤를

이십 몇 년이 지나

어머님도 따라 가셨고,

그 날의 이야기가 몇 줄의 글로 남아

수많은 생각의 산실産室이 되고 있으니,

 

꿈이란 것이 생시의 일들이

기억 속을 헤집고 들어와 무의식 속에

나타나는 것이라고도 하고,

그냥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때는 그렇게 족집게처럼 맞출 때가 있는 것이다.

알 수도 없고, 이해가 될 수도 없는 그 꿈을

매일 밤마다 꾸는, 그것도 총천연색으로 꾸는

나의 오늘밤 꿈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또 어떤 사람들과 어떤 사물들을 만날지

꿈이 두렵기도 하고, 그 꿈이 기다려지기도 하는데,

그대는 어떤 꿈을 꾸기를 기다리면서 잠이 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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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 유월 스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