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생에 대한 사고思考를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꿈은 작가였다.
한 번도 다른 것을 꿈꾸지 않은 나의 삶,
그런 연유로 제 법 많은 책을 쓰긴 썼는데,
내 능력이나 나의 노력을 다 기울여서 썼는지?
그것을 확인할 길도 나름대로 만족할 그런 것은 없다.
다만 나는 최선을 다했고, 그것이 이런 저런 책으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별다른 문학수업을 한 것도 아니고, 살아온 삶만큼만 쓴 나의 글,
요즘 나의 글 쓰는 법을 달리 하려고 하다가 보니
자꾸 의문점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호라티우스의 <시학>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던져주는 책이다.
호라티우스는 기원전의 로마 시인이다. 그의 저작 <시학詩學>의 원래 제목은 <피소 3부자에게 보내는 서간문>이었다. 후세 사람들이 <시학>으로 붙인 그의 글을 보자
“작가들이여, 그대들은 자신의 능력에 알맞은 소재를 선택하시라. 그대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무엇이며, 감당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오랜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하시라. 자신의 능력에 알맞은 소재를 선택한 사람은 조사措辭와 언어의 명쾌한 배열 때문에 곤란을 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명쾌한 배열의 장점과 매력은 내가 알기로는 지금 이 순간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나머지는 모두 뒤로 미루어 지금은 말하지 않는데 있다.
시는 그림과 같다. 어떤 것은 가까이서 볼 때 더 감동적이고 어떤 것은 멀리서 볼 때 그렇다. 어떤 것은 어두운 장소를 좋아하는가 하면 어떤 것은 비평가의 형안炯眼을 두려워하지 않고 밝은 장소에서 관람되기를 원한다. 어떤 것은 한번만 보아도 마음에 들지만 어떤 것은 열 번을 거듭해서 보아야 마음에 든다.
훌륭한 시를 쓰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냐. 아니면 숙련이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하지만 나로서는 풍부한 광맥이 결여된 노력이나 가꾸지 않은 재능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양자는 서로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서로 제휴한다고 본다. 경주競走에서 대망의 결승점에 도달하려는 자는 어릴 적부터 고된 수련을 쌓고, 땀을 많이 흘리고, 추위를 참고 주색을 멀리해 왔던 것이다.“
내가 그에 합당한 삶을 살았는가? 아닌가는 둘째로 치고, 내가 쓴 글이 그림과 같은가 아닌가? 그게 궁금하다. 글이 그림도 되고, 아름다운 산천도 되고,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찬란한 보따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 대목에선 자신이 없는 것은
내가 아직도 생生의 도중에 있는 것이고, 가야할 길이 아직도 남았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자꾸 조바심이 나는 것은 세월이 내 곁을 성큼 성큼 지나가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얼마나 내 정신이 맑고 기억력이 퇴색하지 않고 남아 있을지,
그게 문제다. 문득 떠오르는 한 마디 말,
‘지금 이 순간 꼭 필요한 말만 하라.’
나는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병신년 유월 스무사흘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내方內’ 가 아닌 方外의 사람 (0) | 2016.07.19 |
---|---|
나 점점 더 작아지리라. (0) | 2016.07.19 |
지상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들의 삶. (0) | 2016.07.19 |
꿈이 꼭 들어맞을 때도 있다. (0) | 2016.07.19 |
그늘이 우주의 핵을 바꾼다. (0) | 2016.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