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꼭 들어맞을 때도 있다.
꿈이 그냥 꿈을 때가 있다.
일종의 개꿈이거나,
그냥 봄날의 의미 없는 하룻밤 꿈인 때가 있지만
어떤 때는 어찌 그리도 꼭 들어맞는 꿈을 꾸는지
신기할 때가 있다.
30여년 저쪽. 느닷없이
시가 쓰여 질 때 썼던 시를 옮기는 과정에서
87년 2월 5일에 썼던 시가 그 때
그 시절을 너무도 선명하게 회고하도록 해주었다.
“아버님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 아침이었다.
어린 여동생이 학교에 가기 전 밤을 먹다 말고 말했다.
“아버지 나 꿈꾸었는데,
이빨이 우수수 다 빠져버렸어“
“그래 나 죽을 랑 갑다.”
“그때 어머니가 금세 말을 가로채곤 말했다.
“아니 그런 꿈은 아주 재수 좋은 꿈이라더라.
길에서 돈 주을랑 갑다.“
그 날 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송년 음악으로 들으신
우리 아버님,
다음 날 이른 새벽,
펄펄 내리는 눈발 맞으며
먼 길 떠나셨다.
< 불길한 꿈>이라는 이름으로 써둔 글이었다.
그렇게 먼저 떠나신 아버님의 뒤를
이십 몇 년이 지나
어머님도 따라 가셨고,
그 날의 이야기가 몇 줄의 글로 남아
수많은 생각의 산실産室이 되고 있으니,
꿈이란 것이 생시의 일들이
기억 속을 헤집고 들어와 무의식 속에
나타나는 것이라고도 하고,
그냥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때는 그렇게 족집게처럼 맞출 때가 있는 것이다.
알 수도 없고, 이해가 될 수도 없는 그 꿈을
매일 밤마다 꾸는, 그것도 총천연색으로 꾸는
나의 오늘밤 꿈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또 어떤 사람들과 어떤 사물들을 만날지
꿈이 두렵기도 하고, 그 꿈이 기다려지기도 하는데,
그대는 어떤 꿈을 꾸기를 기다리면서 잠이 드는지?
.
병신년 유월 스무날.
'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이 순간 꼭 필요한 말만 하라. (0) | 2016.07.19 |
---|---|
지상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들의 삶. (0) | 2016.07.19 |
그늘이 우주의 핵을 바꾼다. (0) | 2016.07.19 |
오래 사는 것이 능사가 아닌데, (0) | 2016.07.18 |
인생의 주어진 의무는 무엇인가? (0) | 2016.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