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들어도 좋은 말이 있다.
아니 혼자 말해도 좋은 말이 있다.
‘처음처럼‘ 이라는 말이다.
술 상표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처음처럼‘
나는 이 말이 좋다. 아니 이 말이 뜻하는 바가 좋다.
살다가 보면 익숙해져서 ‘처음처럼’이 사라지고
시간의 흐름 속에 익숙해진
어떤 구태의연한 것에 녹아들고 말아
그 본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더욱 그렇다.
처음의 그 긴장감, 처음 알았던, 보았던 느꼈던 그 때의 어려움이나,
존경심이 사라진 자리에 일상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이런 저런 불협화음이 일어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틈이 가는 것이다.
“사람이란 어떤 일에서건 맹세를 할 것이 아닙니다.
나중 생각이 처음 결심을 바꾸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중에 파수병의 말이다.
맞는 말이다. 처음 그 마음은 좋은데, 그 마음이 시간 속에
순간순간 빛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참된 마음은 빛과 같은 거야. 빛처럼 차분하고 민감하며,
빛처럼 탄력적이고 침투력이 있고, 빛처럼 힘차며,
빛처럼 보이지 않게 작용해,
이 소중한 자연의 요소처럼 말이야.
빛은 모든 사물에 섬세하고 균일하게 나뉘어져
사물을 매력적이고도 다양한 모습으로 보이게 하지.”
노발리스의 <푸른 꽃>중 한 편이다.
어떤 사물도 그렇지만 특히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참된 마음이 우선 전제 되어야 하고,
그 마음이 ‘처음처럼’ 남아 있을 때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도 하고 놀랍게 성장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여행과 같다.
그 여행을 해나가면 처음 보았던 풍경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그 모습이 달라진다.
알고 보면 우리의 욕망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가끔 찾고자 했던 것 보다 더 좋은 것을 발견한다.
기대했던 쾌락, 행복, 즐거움 등은 얻지 못하고
경험, 통찰,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이야말로 곧 사라지는 헛된 축복이 아니라
진실하고 영원한 축복이다. 연금술사들은 금을 찾으려다가
화약, 도자기, 의약, 자연 법칙 등 전혀 엉뚱한 것들을 찾아냈다.
우리에겐 연금술사 같은 데가 있다.“
쇼펜하우어의 글이다.
조금만 마음 비우고 살면,
아니 ‘처음처럼’을 견지하고 살면
더 풍요롭고 우정이며 그리움들이 더 농익어 갈 것인데,
그 ‘처음’의 마음을 잃어버려서 서로가 ‘고립된 섬’이 되고
쓸쓸하게 서서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한 그루 미루나무와 같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더 절실하게 ‘처음처럼’ 그렇게 살아야겠다.
일도, 공부도,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처음처럼’
나도 그대도, 그렇게,
병신년 유월 스무여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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