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처음처럼’ 나는 이 말이 좋다.

산중산담 2016. 7. 19. 08:34

 

처음처럼’ 나는 이 말이 좋다.

 

 

언제나 들어도 좋은 말이 있다.

아니 혼자 말해도 좋은 말이 있다.

처음처럼이라는 말이다.

술 상표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처음처럼

나는 이 말이 좋다. 아니 이 말이 뜻하는 바가 좋다.

살다가 보면 익숙해져서 처음처럼이 사라지고

시간의 흐름 속에 익숙해진

어떤 구태의연한 것에 녹아들고 말아

그 본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더욱 그렇다.

처음의 그 긴장감, 처음 알았던, 보았던 느꼈던 그 때의 어려움이나,

존경심이 사라진 자리에 일상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이런 저런 불협화음이 일어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틈이 가는 것이다.

 

사람이란 어떤 일에서건 맹세를 할 것이 아닙니다.

나중 생각이 처음 결심을 바꾸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중에 파수병의 말이다.

 

맞는 말이다. 처음 그 마음은 좋은데, 그 마음이 시간 속에

순간순간 빛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참된 마음은 빛과 같은 거야. 빛처럼 차분하고 민감하며,

빛처럼 탄력적이고 침투력이 있고, 빛처럼 힘차며,

빛처럼 보이지 않게 작용해,

이 소중한 자연의 요소처럼 말이야.

빛은 모든 사물에 섬세하고 균일하게 나뉘어져

사물을 매력적이고도 다양한 모습으로 보이게 하지.”

노발리스의 <푸른 꽃>중 한 편이다.

 

어떤 사물도 그렇지만 특히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참된 마음이 우선 전제 되어야 하고,

그 마음이 처음처럼남아 있을 때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도 하고 놀랍게 성장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여행과 같다.

그 여행을 해나가면 처음 보았던 풍경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그 모습이 달라진다.

알고 보면 우리의 욕망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가끔 찾고자 했던 것 보다 더 좋은 것을 발견한다.

기대했던 쾌락, 행복, 즐거움 등은 얻지 못하고

경험, 통찰, 지식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이야말로 곧 사라지는 헛된 축복이 아니라

진실하고 영원한 축복이다. 연금술사들은 금을 찾으려다가

화약, 도자기, 의약, 자연 법칙 등 전혀 엉뚱한 것들을 찾아냈다.

우리에겐 연금술사 같은 데가 있다.“

쇼펜하우어의 글이다.

 

조금만 마음 비우고 살면,

아니 처음처럼을 견지하고 살면

더 풍요롭고 우정이며 그리움들이 더 농익어 갈 것인데,

처음의 마음을 잃어버려서 서로가 고립된 섬이 되고

쓸쓸하게 서서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한 그루 미루나무와 같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라도 더 절실하게 처음처럼그렇게 살아야겠다.

일도, 공부도,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처음처럼

나도 그대도, 그렇게,

 

병신년 유월 스무여드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