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내方內’ 가 아닌 方外의 사람
나더러 사람들이 방외方外의 사람이라고 말한다. ‘방내方內’ 가 아닌 ‘방외’의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어느 조직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 또는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 즉 ’아웃사이더‘를 말한다. 하지만 말이 좋지 방외에서 비바람 맞으며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디에도 기댈 데가 없기 때문에 항상 외롭고, 쓸쓸한 삶이 방외의 삶이다.
그렇다면 역사 속에서 한 평생을 방외지사로 떠돌았던 사람은 누구일까?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조선 초기 빼어난 문장가였던 매월당 김시습 선생이 대표적인 방외지사일 것이다.
김시습의 외모에 관한 글이 율곡 이이 선생이 선조임금의 명을 받아 지은 <김시습전>에 보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사람 된 품이 얼굴을 못 생겼고, 키는 작지만 호매영발豪邁英發하고 간솔簡率하여 위의威儀가 있으며, 경직하여 남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았다.
따라서 시세에 격상하여 울분과 불평을 참지 못하였다. 세상을 따라 저앙低昻할 수 없음을 스스로 알고 몸을 돌보지 아니한 채 방외(方外. 속세를 버린 세계)로 방랑하게 되어, 우리나라의 산천山川 치고 발자취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명승을 만나면 그곳에 자리 잡고 고도古都에 등람登覽하면 반드시 여러 날을 머무르면서 슬픈 노래를 부르며 그치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세상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 아니고 스스로가 세상을 용납하지 않았던 김시습은 금오산에서 지내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오막살이 푸른 털 담요 포근하여라.
매화나무 꽃그늘이 창문에 비낀
달 밝은 밤이구나.
긴 긴 이 밤에
등잔불 돋워 놓고
향불 피워 놓고
이 세상 사람들이 보지도 못한
이 글을 한가로이 쓰노라.“
세상을 살다가 보면 김시습 같은 사람이 도처에 있어서 세상을 맑게 정화 시켜주기도 하고, 또 긴장을 시키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너무 과찬일까?
어떤 면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편한 사람, 이런 사람들이 세상의 시금석이라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이런 삶을 꿈꾸었지만 제대로 된 방외의 삶을 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살기도 하고 이런 사람들을 만나며 살고 싶은 것,
그것은 아직도 나의 정신이 세상과 불화를 겪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병신년 유월 스무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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