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새벽에 떠남을 준비하며

산중산담 2016. 11. 30. 19:36

 

새벽에 떠남을 준비하며

 

이른 새벽에 일어나 다시 떠남을 준비한다.

하루 여정인데도 만만치 않다.

전주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안동 거쳐 청량산으로 갈 것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 방송을 찍고,

퇴계 오솔길과 도산서원을 거쳐 다시 전주로 돌아올 것이다,

전주 도착 시간을 일곱 시 조금 전으로 잡았는데,

이것은 순전히 나의 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늦은 시간에 금강을 답사하는 도반들과 만나

청주의 대청댐 부근 문의면의 숙소로 돌아갈 것이다.

이 또한 나의 생각이다.

어긋날 수도, 맞아 떨어질 수도 있는 하루 여정 중에서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 많은 사물들을 만날 것인가?

 

인생은 만남이다.” 라고 말한 한스 카로사의 말은 맞다.

모든 것의 시작은 만남이다.

모든 사물, 모든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시작되고,

일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도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시기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인생자체가 엄청나게 변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만남 자체가 가끔씩 사람을 당혹하게 하고

엇갈리게 할 때가 많다.

 

일상의 당혹'은 또 어떤가요? 한 사람(A)

다른 사람(B)을 만나러 약속 지점으로 출발하지만,

BB대로 A를 만나러 그곳으로 향하느라 엇갈립니다.

약속장소까지의 거리는 채 10분이 안 걸리기도,

때로 10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하지요.

두 사람은 헛되이 약속 지점을 왕복합니다.

나중엔 조우하고도 서로 몰라봅니다.

심지어 B가 집 대문 앞에서 A를 만나 약속을 상기시키지만

A는 사람을 만나러 가야 한다고 서둘러 작별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만남과 헤어짐의 풍경이

전혀 이와 같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는지요?

그보다 정작 만나야 할 사람은 방기(放棄)한 채 다른 사람을 만나려

바삐 쏘다니는 것은 아닌지.“

카프카의 산문이다.

 

그의 말처럼 이러한 일들이 세상에는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산다는 것이 항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오늘 나에겐 어떤 우연이나 불확실성이

다가오면 안 되고 정확히 지금의 내 뜻대로 이루어져야

하루의 일정이 무사하게 마무리 될 것이지만

알 수 없다. 이 세상의 일은

그냥 마음 내려놓고 떠나고, 그 다음의 일은 나의 의지가 아니기 때문에

가고 오는 시간에 맞기자,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

2016826(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