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만나 살아가는 것,
한 방울의 물이 모이고 모여 샘이 되고,
그 샘이 넘쳐 흘러가면서 시내가 되고, 강이 되면서
수많은 지류들을 만난다.
아무리 작은 지류거나 오염된 물이라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낮은 곳으로만 낮은 곳으로만 얼싸 안고 흘러서
드디어 바다가 되는 경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강이다.
세세천년 흐르고 흘러온 강의 변하지 않는 진리를 두고
니체는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강을 보라!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그 근원인 바다로 들어가지 않는가”
사람의 일생도 마찬가지이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 하나하나가 강의 예를 들면 하나의 지류支流다.
이 지구상에 칠십 오억이라는 인구가 살고 있으며,
우리가 얼굴을 알고 이름을 알며 만나는 사람은
통계학 상으로 4천명 쯤 된다고 하는데,
그 사람 중에 만나면 기분 나쁜 사람이
몇 사람 혹은 몇 십 명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중에 문득 그 사람만 생각하면 보고 싶고,
목소리 듣고 싶은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손에 꼽을 몇 사람 밖에 없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표식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곧,
한 우주가 다른 우주를 만나는 것이나 진배없는데,
이 우주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사는 나라,
그 나라를 열망하며 살아왔지만
갈수록 그렇게 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어떻게 살면 그런 세상을 만들고
그 세상에서 새로운 꿈을 꾸며 살 수 있을지,
생텍쥐페리가 <인간의 대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우리들은 마침내 만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침묵 속에 갇힌 채
오랫동안 나란히 걸어가거나
또는 아무 감동도 옮기지 않는 말들을 교환한다.
그러나 위험에 부딪치게 되면 사람들은 서로 돕는다.
그들은 한 공동체에 속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발견함으로써 사람은 자신을 넓혀간다.
사람들은 큰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본다.
그때 사람은 바다의 드넓음에 경탄하는 해방된 죄수와도 같다.“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고, 그런 순간을 맞기 위해선
기다림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좀 더 마음을 열고, 마음을 비우는 자세,
그게 필요할 것이다.
강물처럼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면서
세상에 존재하며 부딪치는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사랑할 것,
그것을 남은 생이 요구하고 있는 데, 나는 또 어떻게 살 것인가?
2016년 8월 30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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