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오시겠지? 그리운 그 사람이,
2박 3일을 정선의 이 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늦은 밤에 돌아와 깊은 잠에 빠졌고,
그 사이에 꾼 꿈에 푸르고 맑은 한강물이 보였다. 그것은
비 내리다가 멎고 또 내리던 정선의 날씨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강에 마음이 빼앗겨 살아온 지,
어언 몇 십 년, 세월이 무심하게 흘렀구나.
한강의 역사 속에서 내 삶은 극히 일부분이고
그 한강에 터 잡고 살았던 사람들 중에서
한강에 온 몸을 다 바쳐 살았던 떼꾼들의 생애에 비하기엔
내 삶의 흔적들은 너무도 미약한 것,
그들은 온 몸을 한강에 바쳤고, 그 곳의 악명 높은 여울
된꼬까리, 황새, 황공탄 여울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들의 가족들이나 친지들은 어떤 그리움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고 생각하자 떠오르던 노래가 있었다.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너희 아버지 어디 갔니?
우리 아버지 배를 타고 한강수에 놀러 갔다.
봄이 오면 오시겠지?
봄이 와도 안 오신다.
꽃이 피면 오시겠지?
꽃이 펴도 안 오신다.
여름이 오면 오시겠지?
여름이 외도 안 오신다.“
가을이 오면 오시겠지?
가을이 와도 안 오신다.
겨울이 오면 오시겠지?
겨울이 와도 안 오신다.“
끝도 없이 구슬프게 이어지는 이 노래가
무가巫歌의 본 풀이에 나오는 노래다.
그 노래 속으로 떠오르는 얼굴들 몇 있다.
가서는 아니 오시는 우리 아버지,
생각하면 슬픔뿐인 우리 어머니,
기억 속에서도 희미한 우리 할머니,
가고는 아니 오신다.
어디 그 분들 뿐이겠는가?
기다린다고 올 리 없지만
기다림마저 잃어도 그리운 사람,
그런 그리움들이 강둑이 터지듯 그리움이 밀려올 때
화안한 기쁨과 애달픔을 풀 그 만남을 위하여
그들이 사는 그 나라로 우리가 가는 것은 아닐까?
눈물이 범벅이 되어 부르는 그 노래,
속에 그리운 이름,
그런데 그런 그리운 사람들은 언제쯤 다시
강을 건너서, 들판을 가로 질러
나를 향해서 달려오기나 할까?
그런 날이 있기나 할까?
2016년 9월 초닷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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