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우리땅 걷기 /신정일 대표님 글 모음12

비 내리는 신 새벽에

산중산담 2016. 11. 30. 19:40

 

비 내리는 신 새벽에

 

 

가을이다.

그것도 신 새벽,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에

잠은 멀리 달아나 여러 번 뒤척이다

일어나 창문을 여니

어두운 것이 칠흑 같고

그 사이로 가랑비가 내린다.

새벽에 맞는 바람 속에 가랑비,

문득 시 한 편이 떠오른다.

 

가을 바람에 애타게 읊조려도 秋風惟苦吟

세상 길엔 내 마음 아는 이 별로 없네 世路少知音

 

한밤중 창밖에는 비만 내리는데 窓外三更雨

등불 앞 마음은 만리를 달리네 燈前萬里心

 

신라 말의 문장가인

최치원선생의 <비 내리는 가을 밤. 秋夜雨中>이다.

 

어느 시절인들

사는 것이 힘들지 않고 만만했을까?

삶은 항상 고달프고,

옛 사람이나 오늘의 나나 새벽에 잠깨어

잠 못 들기는 마찬가지,

 

가을이 이렇게 이른 새벽 내리는 비로

깊어지며 마음속을 후비고 지나가는데,

 

정현종 시인이 가을 원수같은이라고 노래했던

그 가을이,

 

201692(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