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신 새벽에
가을이다.
그것도 신 새벽,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에
잠은 멀리 달아나 여러 번 뒤척이다
일어나 창문을 여니
어두운 것이 칠흑 같고
그 사이로 가랑비가 내린다.
새벽에 맞는 바람 속에 가랑비,
문득 시 한 편이 떠오른다.
“가을 바람에 애타게 읊조려도 秋風惟苦吟
세상 길엔 내 마음 아는 이 별로 없네 世路少知音
한밤중 창밖에는 비만 내리는데 窓外三更雨
등불 앞 마음은 만리를 달리네 燈前萬里心“
신라 말의 문장가인
최치원선생의 <비 내리는 가을 밤. 秋夜雨中>이다.
어느 시절인들
사는 것이 힘들지 않고 만만했을까?
삶은 항상 고달프고,
옛 사람이나 오늘의 나나 새벽에 잠깨어
잠 못 들기는 마찬가지,
가을이 이렇게 이른 새벽 내리는 비로
깊어지며 마음속을 후비고 지나가는데,
정현종 시인이 “가을 원수같은”이라고 노래했던
그 가을이,
2016년 9월 2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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